국민 총저축률 30.6%로 하락…15년만에 최저치 기록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8시 49분


소비심리 회복에 따라 올들어 가계소득보다 소비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저축이 크게 줄어 상반기 국민 총저축률이 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저축률이 하락하면 기업들이 투자재원을 국내에서 마련하기가 힘들어져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배양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저축의 날’(26일)을 맞아 한은이 25일 발표한 저축률 추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의 저축률을 평균한 국민 총저축률은 30.6%로 작년 같은 기간(33.7%)보다 3.1%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85년의 29.8% 이후 15년만에 최저치.

88년 경기 호황기에 최고 39.3%까지 상승했던 총저축률은 90년대들어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면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상반기 가계소득이 작년 동기대비 0.8%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한 반면 소비지출은 5.6%나 늘어 가계의 씀씀이가 커졌기 때문.

정부부문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저축률을 0.8%포인트 높였지만 가계소비 증가로 민간 저축률이 3.9%포인트 낮아져 총저축률 하락을 초래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던 각 가정이 가전제품 자동차 컴퓨터 등 그동안 미뤘던 내구재 소비에 다시 나서면서 모든 소득계층에 걸쳐 저축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중 저소득층 가계의 저축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0%와 219.5% 감소했고 저축성향이 높은 고소득층도 저축규모를 20.0% 줄였다.

저축률 하락은 ‘저축액 감소→투자재원 부족→투자재원 해외조달 및 이에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투자부진→경기침체 유발’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한편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98년 기준 33.2%로 미국(17.3%) 일본(29.5%) 대만(23.5%)보다 높지만 정부저축을 뺀 민간 저축률은 9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22.8%)가 일본(27.1%)보다 낮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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