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휘발유 50억원대 시중유통…11명 적발 8명 구속

  • 입력 1999년 9월 8일 00시 51분


유령회사를 차린 뒤 50억원대의 가짜 휘발유를 만들어 전국 규모의 판매망을 통해 이를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 11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7일 휘발유에 화공약품인 솔벤트를 섞어 50억원어치의 가짜 휘발유를 만든 뒤 이를 서울과 경기 의정부, 전북 전주 등지의 주유소에 팔아넘긴 소모씨(47) 등 8명을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가짜 휘발유 제조조직 총책인 A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소씨 등은 ℓ당 휘발유 값의 16%에 불과한 솔벤트 120만ℓ를 휘발유와 1대 3의 비율로 섞는 수법으로 올 초부터 최근까지 50억원어치의 가짜 휘발유를 제조해 시중에 판매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소씨 등은 자신들이 제조한 가짜 휘발유를 서울 등 전국의 주유소에 시중 휘발유 가격보다 20% 정도 싼 값에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씨 등은 또 정부가 가짜 휘발유 등을 만드는 데 솔벤트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솔벤트 거래내용을 모두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주로 부도가 난 솔벤트 취급업체를 인수한 뒤 이 업체가 보유한 솔벤트를 활용해 가짜 휘발유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의 장부를 조사한 결과 소씨 등이 그동안 총 900만ℓ의 솔벤트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시중에 유통된 가짜 휘발유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주유소 업자들과 결탁해 가짜 휘발유를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솔벤트를 섞은 가짜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차량엔진 내부의 마모가 심해 엔진출력이 크게 떨어지고 연료기 계통도 쉽게 손상돼 운행 중 갑자기 엔진이 멈출 수도 있는 등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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