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의혹사건]사모님들의 「거짓말 릴레이」

  • 입력 1999년 5월 31일 19시 43분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한번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는 열번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

법조계는 사회지도층인 장관 부인들이 벌인 ‘고급옷 로비의혹 사건’을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건이 터진 이후 장관 부인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수시로 말을 바꿨다.

김태정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는 청와대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을 때 “호피코트를 걸치고 외출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으나 남편이 장관으로 취임하던 지난달 24일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코트가 집에 배달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상을 밝히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26일에는 측근을 통해 “잘못 배달된 옷을 2일 뒤 반환했다”는 말을 흘렸다.

30일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지난해 12월 28일 라스포사에서 코트를 배달받아 올 1월5일 반납했다”고 번복했다.

코트를 보관한 기간이 2일에서 9일로 늘어난 경위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기억상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강인덕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도 마찬가지. 배씨는 검찰조사를 받기 직전까지 연씨와 같이 라스포사에 간 사실과 횃불선교원에서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를 만난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이씨는 그러나 검찰조사에서 “횃불선교원에 간 사실은 있지만 검찰총장부인이 라스포사에서 물건을 구입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을 뒤바꿨다.

장관부인들의 거짓말은 청와대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 등 당국자들의‘거짓해명’이낳은 ‘자충수’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박법무비서관은 26일 청와대에서 “라스포사 사장이 고객관리를 이유로 잘 협조하지 않아 압수수색까지 벌였다”고 했으나 실제로 라스포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비서관은 또 “밍크코트는 이형자씨가 구입해 본인이 입고 있다고 자백했다”면서 문제의 밍크코트가 연씨에게 배달된 사실을 숨긴 채 사태의 본질을 호도했다.

수사당국자의 거짓말은 장관부인들의 거짓말로 이어졌고 여기에 라스포사 주인 부부도 말을 맞췄다. 라스포사 정환상회장은 “우리 가게는 밍크코트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검찰 수사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 수사관계자는 “이 사건 당사자 및 해명자들은 모두 직위가 높은 사람들이지만 진실지수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이들의 도덕 불감증(不感症)을 개탄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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