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환경장관 러시아 공연 출국 구설수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37분


손숙(孫淑)환경부장관이 취임 이틀만인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의 ‘어머니’ 연극 공연을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출국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공연은 장관 취임 이전에 계약이 이뤄졌고 손장관 없이는 공연 자체가 불가능하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양국간 문화교류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손장관도 “이번 공연은 대통령의 허락을 받은 것이며 이제 와서 공연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인 손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업무파악도 안된 장관이 해외공연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하는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손장관이 공연차 출국한 것은 우선 공무원의 성실의무와 영리업무 금지 및 겸업 금지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장관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손장관이 해외공연 강행을 배우로서의 프로의식과 계약 이행행위로 결부시키는 것은 더욱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만약 손장관이 프로의식을 갖춘 배우로서 러시아 공연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입각 제의를 거절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취임 기자회견에서 손장관은 “정동극장과의 20년 장기출연 계약을 되도록 지키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배석한 공무원들을 놀라게 했다.

환경부 주변에서는 “이상룡(李相龍)노동부장관이 ‘노동 문외한’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사흘만에 업무파악을 끝내겠다’며 오후 11시까지 업무보고를 받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며 “맥이 빠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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