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득표율 3%를 넘지 못하거나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 얻지 못한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자리도 받지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29일 나왔다. 투표가치를 왜곡하고 소수정당을 차별한다는 취지다.
그간 총선에서는 ‘정당 득표율 3%’ 기준에 가로막혀 득표율 대로라면 최소 1석을 받을 수 있는 군소정당들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신 남는 의석은 거대정당의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날 헌재가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해 즉시 효력을 잃으면서 2028년총선부터 ‘1석 정당’의 국회 진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3% 조항이 소수정당 투표 기피 유도”
이날 헌재는 대한상공인당 비례대표후보자 등이 낸 ‘공직선거법 189조 1항 1호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대해서만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청구인들은 21·22대 총선에서 3% 이상 득표율을 내지 못해 비례대표 의석을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조항이 투표의 가치를 차별하는 것을 넘어 소수정당에 대한 투표를 기피하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고 봤다. 헌재는 “이 조항은 저지선(3%)을 넘지 못한 정당에 대한 투표를 사표(死票)로 만들어 정당을 차별하며 선거의 비례성 약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저지선을 넘지 못하리라 예상하는 소수정당에 대해 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해 소수정당의 의회진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소수의견의 정치적 결집을 봉쇄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헌재는 청구 대상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배분 대상을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 의석을 차지한 정당’으로 규정한 2호 규정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1호만 위헌으로 결정하면 저지조항이 오히려 엄격해지는 결과를 막기 위한 조치다. 3% 조항이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제도적 장치로 난립을 막기에 충분하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거대정당의 의석 독식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는 “17~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받은 정당이 2~4개에 불과했고, 이들이 배분받은 의석수는 8~17석이었다”며 “해당 조항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 세력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이미 거대정당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거대정당들은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얻고 있다”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 23대 총선서 ‘1석 정당’ 늘어날 수도
해당 조항은 법 개정 등의 후속 작업 없이도 즉시 효력을 잃는다. 다만 소급 효과는 없어 22대 총선으로 확정된 현행 국회의원 의석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2028년 실시되는 23대 총선부터 3% 미만 득표율을 얻은 정당도 국회에 진입할 길이 열린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 중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몫은 현행법 기준 46명이다.
국회는 이번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에 따라 2028년 총선 전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판결 취지대로 3% 봉쇄조항 등을 삭제한다면 1석을 획득하기 위한 득표율이 1%대로 낮아져 군소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22대 총선에서 봉쇄조항이 없었다면 자유통일당(2.26%) 녹색정의당(2.14%) 새로운미래(1.7%)가 각각 1석씩 얻으며 원내에 진출하고 국민의미래(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은 1석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 조항’의 위헌 결정에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극단주의 세력이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극소수의 지지만을 받고 있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이 크게 고무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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