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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6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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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R단란주점의 97년 한달 매출액은 평균 1억2천만원정도. ‘법대로’라면 이 주점이 내야 할 부가가치세는 매출액의 10%인 1천2백만원이다. 그러나 90%이상을 영수증없이 무자료로 거래, 매출액을 4천여만원으로 축소신고하고 매년 4백만원 정도만 부가가치세로 내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소득을 축소신고한 데에는 자신들의 실제소득을 파악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관리공단이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신고 자료를 넘겨 받아 실사(實査)를 한다고 해도 이미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 자체를 실제보다 크게 낮춰 놓은 상태여서 실제 소득을 파악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들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신고액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또 신고권장소득을 폐지하고 신고한 금액대로 소득을 인정해주기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방침을 바꾼데도 큰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신고소득 축소가 월급생활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한달에 1천만원을 버는 한의사 A씨(32). 원칙대로라면 그의 수입은 신고권장소득 최고액인 3백60만원을 초과하므로 보험료 10만8천원을 내야하지만 소득을 1백38만원으로 신고해 올해는 소득의 3%인 4만1천4백원(27등급)을 보험료로 내게 된다.
그러나 실제 소득 1백38만원의 직장인 B씨는 월소득의 4.5%인 6만2천1백원의 보험료를 내고 나머지 4.5%는 사업주가 부담한다.
99년 불변가치 기준으로 20년간 보험료를 불입한다고 볼 때 A씨는 내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 포인트씩 오른 보험료를 납부해 총 2천6백8만2천원을 불입하게 된다.
직장인 B씨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몫까지 합쳐 2천9백80만8천원을 낸다. 그러나 불입한 보험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나중에 매월 40만2천원의 동일한 연금을 받게 된다. 이는 보험 급여액이 보험료가 아니라 표준소득액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성희·김상훈·권재현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