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불안 증폭 말아야

  • 입력 1999년 4월 1일 20시 47분


노동계의 강경 움직임이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의 협상을 중단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2월에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대정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으며 한국노총도 이튿날 비슷한 집회를 열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19일경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등 노동계가 4∼5월 총파업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이른바 ‘4월 춘투(春鬪)’의 악몽이 되살아나서는 안된다. 노사정 대화창구가 막히고, 총파업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정부가 공안차원에서 강경대응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조금씩 봄기운이 도는 경기(景氣)가 다시 얼어붙고 노사정 모두 엄청난 비용을 치를 것이 뻔하다. 우리 경제는 아직 그같은 충격을 견뎌낼 만큼 체력을 보강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일방적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실직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허용의 조기 법제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 보장, 구속노동자 석방 및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한다. 반면에 사용자측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라면서 고용조정은 제약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명시한 법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낸다. 그 사이에 낀 정부여당과 김원기(金元基)노사정위원장은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거나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한 정리해고까지 막는다면 기업측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없다. 외국계 기업들은 정부가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을 개정할 경우 사업철수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 등은 노사간 손실분담에 대한 협상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 실직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허용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정부가 약속한 이상 현실적인 법제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분명한 정책철학의 바탕 위에서 노사정 현안에 대한 원칙과 해법을 심도있게 검토해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노동문제에 정략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노사 양측은 협상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노사갈등은 피할 수없는 것이지만 이를 물리적 힘으로 풀려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한빛은행의 경우와 같은 노사대화합선언이 확산돼 경제회복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