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비리]부도 中企에도 270억 내줬다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48분


축협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 관계자는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부패가 곪아 터져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다.

수사결과 드러난 내용을 보면 이 말이 과장된 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축협은 자기 자본금의 40%가 넘는 6백80억원을 재무구조가 부실한 중소업체에 집중 대출해줬다.

대출 당시 상황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문제의 업체인 ㈜삼산의 소유주이면서 공동대표인 윤모씨는 지난해 초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변경해 놓았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살기 위해’ 재산도피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8일 구속된 공동대표 김준식(金俊植)씨는 이혼을 했고 부인은 재산분할 등을 이유로 김씨 재산을 가압류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신용보증기금 등 ㈜삼산과 거래하던 금융기관들은 여신을 중단하고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회사 주인도 포기한 회사를 더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삼산은 지난해 2월 27일 1차로 부도가 났다.

그러나 축협은 정반대였다. 축협은 같은 해 3월9일 ㈜삼산의 수출환어음을 무담보로 매입하는 형식으로 9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어 같은 달 27일 1백20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부도 이후에만 2백7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줬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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