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민생분야 4천명 이동…市-구청 후유증 몸살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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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과 직원 맞나요?”

세무업무만 7년 가량 맡아온 서울 종로구청 세무2과 6급 공무원 A씨. 요즘 걸핏하면 전화건 주민들로부터 듣는 이런 말에 여간 민망하지가 않다.

“너무나 전격적으로 이뤄진 인사여서 제대로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새가 없었습니다. 구청마다 세무 업무가 다른데다 이 일은 담당 세목이 바뀔 때마다 관련 세법 판례 조례 등을 다시 공부해야 하거든요. 민원인에게 제대로 답변을 못해 줄 때가 가장 난감합니다. 전임자 역시 새업무를 익히느라 바쁠텐데 물어 보기도 곤란하고….”

‘토착형 부조리’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세무 보건위생 건축 등 5대 민생분야 4천여명의 서울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지 나흘째인 10일. 25개 자치구청 직원들은 10명중 8,9명을 갈아치운 대규모 인사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중구청에서 서대문구청으로 전근발령을 받은 세무직 6급 공무원 B씨. 중구청에서는 세금 부과업무를 담당했는데 서대문구에서는 징수업무까지 챙겨야 한다.

“연말까지 체납세를 총정리해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징수업무도 서툴지만 체납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노하우가 전혀 없어요. 과장님은 징수액이 부족할까봐 전전긍긍해 하고요….”

“건축과 일이라는게 거의 대부분 민원이거든요. 법규정은 하나지만 민원 유형은 통반마다 다릅니다. 주민들 성향을 파악해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어디 물어볼 데가 있어야죠. 허가문서 기한이나 넘기지 않아야 할텐데….”

전체 구청살림을 책임지는 구청장들의 불안감은 더했다.

김충환(金忠環)강동구청장은 “시에서 현장을 몰라도 너무나 모른다”고 하소연했다.“지역마다 하수관망이 다르고 도로나 건물구조도 다르지 않습니까. 우리 행정이 어디 정해진 지침이나 서류만으로 이뤄집니까. 현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하수관이 터지거나 불이라도 나면 정말 큰일입니다.”

정영섭(鄭永燮)광진구청장도 “지방자치란 한 지역에 오래 살면서 애정도 있고 지역 사정도 잘 아는 훈련된 공무원이 하는 것”이라며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이번 한번으로 그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희망 근무지 등을 묻지 않고 집주소와 이전 근무지만을 고려해 컴퓨터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인사 발령을 낸데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중구에서 서대문구청으로 발령받은 C씨는 “같은 공무원인 아내와 같은 구청 같은 과에 발령 받을까봐 마음을 졸였다”며 “개인 사정이 고려되지 않아 직원들간에는 ‘인사’가 아니라 ‘컴사’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진영·이완배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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