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수인/축구하다 손부러진 아들에게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39분


오늘도 리어카에서 빵을 굽고 있자니 유난히 목언저리가 시려왔다. 낙엽들이 찬 겨울바람에 뒹굴고 왠지 조금은 서글픈 마음이 드는 하루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녀석이 학교 끝날 시간도 아닌데 울면서 오고 있었다. 녀석은 놀라는 내게 다가와서는 “죄송해요. 속만 썩이고. 엄마는 리어카에서 이렇게 고생하는데…”하며 말끝을 잇지 못하고 엉엉 우는 거였다.

“왜 친구와 싸웠니?” “아뇨. 축구를 하다 잘못해 손이 부러졌어요.” 나는 너무 놀라 녀석을 꼭 안아주고 “그건 잘못한 게 아니야. 고의적으로 한 일이 아니잖니. 많이 아프지. 눈물닦고 병원에 가자”며 아이를 부축해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녀석은 계속해서 치료비 걱정하며 잘못했다고 했다. 부모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이가 그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읍내로 나가 리어카를 덮고 서점에 들러 어려운 환경일수록 용기와 지혜를 마음에 담고 생활하라는 탈무드이야기와 논어이야기책을 사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비로소 입가에웃음이 묻어 나왔다. 어렵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김수인(충북 옥천군 옥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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