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TGV선정 뒷얘기 책으로 나왔다

  • 입력 1998년 9월 21일 06시 44분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스트였던 강귀희(姜貴姬·65·노이폼하우스 대표)씨가 경부고속철의 선정과정에서 프랑스 독일과 우리 정부 실력자간에 벌어졌던 로비과정을 기술한 ‘로비스트의 신화가 된 여자’를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씨는 이 책에서 정치자금 헌납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알스톰사로부터 정치자금을 포함해 에이전트비용은 총 수주금액(21억달러)의 5%(당시 환율로 약 8백40억원)였다”며 “그러나 94년 TGV가 선정된 후 2백만달러(약 16억원)가 채 못되는 돈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해 없어진 돈의 ‘행방’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

강씨는 노태우(盧泰愚)대통령 시절 경북여고 후배인 김옥숙(金玉淑)씨에게 알스톰의 낙찰을 부탁하자 김씨가 “언니, 너무 염려마세요. K경제수석도 TGV가 아주 좋다고 보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니, 우리는 너무 돈이 없어요”라고 말해 4백억원 정도의 정치자금을 마련해 볼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찰 결정권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자 강씨는 종교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C목사를 통해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에게 4백8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기술했다. 강씨가 한국의 고속철도 사업과 처음 연관을 맺은 것은 83년 프랑스에서 전두환(全斗煥) 이순자(李順子)부부를 만나면서부터. 강씨는 이순자씨에게 ‘9㎜짜리 진주목걸이에 블러디 피전이란 이름의 미얀마산 루비를 단 보석’과 ‘다이아몬드를 박은 루비 반지’를 선물하자 다음날 교민초청 리셉션 연설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강씨를 극찬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노태우 전두환 전대통령 자택의 관계자들은 “(책이나 언론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문철·전승훈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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