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1분기 가계분석]씀씀이 줄고 저축은 늘어나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45분


도시근로자들은 실직과 감봉으로 소득이 줄자 씀씀이를 극도로 줄이면서 저축을 늘리는 초절약적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나타난 일자리 불안과 소득감소를 절약과 저축으로 방어하는 양상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3월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0.5% 감소했다.

2차 오일쇼크로 국내 경제가 휘청거렸던 80년 10∼12월의 소비감소율 3.1%를 훨씬 웃도는 사상 최대의 소비위축이다.

▼소득은 줄고 저축은 는다〓소비지출 양상을 도시근로자 가계에 국한해 보면 소비위축 정도를 금세 알 수 있다.

올 1∼3월중 도시근로자가계의 소득감소율은 2.8%, 소비감소율은 8.8%. 허리띠를 졸라매 모은 돈을 저축통장에 차곡차곡 쌓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저축금액은 64만8천원으로 작년 10∼12월 55만5천원에 비해 1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서민이 더 줄인다〓도시근로자 가계를 하위소득계층과 상위소득계층으로 구분해보면 하위계층의 소비지출이 훨씬 더 줄었다.

상류층은 근로소득이 줄어들더라도 금융소득 등 부대수입으로 소비를 덜 줄였으나 서민층은 긴축 이외에는 별다른 대응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과시소비 급감〓고급승용차 대형냉장고 외제가구 골프용품 등 이른바 과시적 품목의 지출이 현격히 감소했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 여행객도 줄었다. 올들어 5월까지 스키장과 골프장 입장객수는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45%, 17% 감소했다.

▼가계소비 왜 주나〓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주식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마저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경색현상이 심화하면서 금융기관에서 돈꾸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올 1∼3월중 은행의 가계대출총액은 약 2조4천억원 감소했으며 대출금리는 연 20%까지 치솟았다.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비위축 이대로 좋은가〓국내총생산(GDP)에서 52.6%의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소비는 경기변동의 완충역할을 한다.

IMF체제이후 가계소비가 GDP보다 더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하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

한은은 “소비부진이 장기화하면 기업생산활동 위축→가계소득감소→소비부진 심화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건전한 소비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모든 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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