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탈옥수기」내용]일부 교도관 그릇된 관행 고발

  • 입력 1998년 7월 16일 19시 38분


《16일 오전 서울에 나타난 탈옥수 신창원이 버리고 간 차안에서는 탈옥을 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탈주후 행적을 자세히 적은 수기가 발견됐다. 그가 직접 손으로 적은 이 수기는 그의 주장에 불과하고 스스로의 처지를 합리화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탈옥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는데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그 내용을 공개한다.》

도망자 신창원은 탈옥이유를 일부 ‘교도관들의 인권유린’을 폭로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말해왔다. 탈옥 이후 접촉한 친지와 동거녀들에게 한결같이 주장했다. 16일 서울 개포동에서 그가 버리고 달아난 차량에서 발견된 A4용지 25장 분량의 수기도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언젠가 수기가 공개될 것까지를 계산해 적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앞부분에서 그는 “나는 죽어야 하는 죄인이지만 국민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어 이 글을 남긴다”며 “많은 재소자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교도관들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으며 나는 이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탈옥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그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뒤 규율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선발된 교도관들에 의해 이유없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교도관들의 폭행에 대항하다 최루탄 5발을 맞고 붙잡힌 뒤 나는 대구 전주 등의 교도소를 거쳐 청송 제2교도소로 이감됐다.”

경북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에 위치한 청송교도소 중 신씨가 이감된 제2교도소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탈주를 할 가능성이 있는 재소자들을 수용해 특별교육을 시키는 곳.

그도 입소하는 순간부터 수갑이 채워진 채 무려 6시간 동안 계속해서 몽둥이 등 매질을 당했다고 적고 있다.

그는 계속되는 교도관들의 가혹행위와 추위 등에 시달리다 위장병 간염 등을 앓게 됐으며 고통을 호소하더라도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피를 토해가며 치료를 부탁했지만 오히려 교도관들에게 난동을 피운다며 1시간 반동안이나 나를 구타했다. 내가 체력이 강해서 살 수 있었지 보통사람이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또 교도소에서 저질러지는 비리를 감사하기 위해 법무부가 정기적으로 감사관을 파견하고 있지만 대부분 다른 교도소의 직원이기 때문에 모두 형식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신창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청송교도소측은 “기본적으로 중죄인들을 수용하기 때문에 재소자들을 엄격히 관리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신창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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