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인력시장등 현장점검]일용직 근로자 구직「별따기」

  • 입력 1998년 6월 14일 18시 42분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특별한 기술이 없는 단순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극심한 불황속에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직업소개소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고 일용직 근로자들이 손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인력시장도 기능을 상실했다.건설현장 잡역부의 경우 하루 임금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떨어져 10년전 수준인 3만5천원으로 깎였지만 이 일당으로도 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구직난 실태는 본보기자 2명이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과 경기도 일대 직업소개소 새벽인력시장 노동사무소 공단 및 농어촌 등을 돌며 확인한 것이다.

취재기자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가본 서울 용산역 영등포 일대 30여개의 직업소개소중 이미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새벽 인력시장은 이미 거의 붕괴된 상태. 지난해까지 매일 수백명씩 몰렸던 서울의 봉천동 신정동 구로동 인력시장에는 60∼70여명의 기능직 노동자들만 서성댈 뿐 단순직 근로자는 아예 구직을 단념하고 시장에 나오지도 않고 있었다.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기능직 노동자 가운데 새벽에 하루 일감을 찾아 현장에 나가는 사람은 절반이 채 안됐다.철근가공경력 18년이라는 김모씨(42)는 “나같은 베테랑도 몇개월씩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데 허드렛일을 하는 잡부가 일자리를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부의 탁상공론식 취업알선은 구직자들을 우롱하고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10일 서울역 앞에서 일당 2만원의 농촌파트타임을 알선하면서 경기도까지 ‘자비 출퇴근, 숙식 본인부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취재기자가 농촌진흥청이 알선한 경기 하남시 춘궁동 현지에 가서 확인해본 결과 일손을 구하는 농가는 찾을 수가 없었다.

농협지부 담당자는 “2만원 일당으로는 교통비와 숙식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운데 누가 오겠느냐”며 “상부에서 구인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니까 일자리가 있는 것처럼 보고했다”고 말했다.

내국인은 취업을 꺼려 외국인 노동자가 몰려있던 3D업종인 도금 염색 화학공장들이 밀집한 서울의 구로공단과 성수공단, 인천의 남동공단도 사정은 비슷했다.

불황으로 일감이 격감하면서 문닫는 업체들이 급증해 게시판에서 구인광고 한장 찾기가 힘들고 취재기자가 직접 수십개 업체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구했지만 사람을 쓰려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윤상호·이완배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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