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24일]엘니뇨 심술에 「빼앗긴 봄」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베이징(北京)의 나비가 퍼덕이면 뉴욕에선 폭풍이 인다던가.

페루의 바닷물이 따뜻해지자 ‘살인 벌떼’가 캘리포니아를 공습한다. 엘니뇨로 많은 비가 내려 꿀을 머금은 꽃들이 만개(滿開)했다나. 우리 서해안에선 식인상어들이 엘니뇨 덕에 일찌감치 ‘몸을 풀고’.

천지만물이 본시 한 몸이라더니, 사람이란 그 거대한 그물망에 잠시 머물다 가는 이슬 같은 존재는 아닐지. 흐리고 남녘 한때 비. 아침 14∼16도, 낮 21∼25도.

바람이 말하였다. “반 고흐의 한 송이 흰 아이리스를 아는가? 한 다발의 푸른 빛 아이리스 속에서 저 홀로 하얗게 빛나는.” 비(碑)가 답하였다. “그 숨막히는 고독과 긴장도, 기실 ‘관계’의 반영(反影)이라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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