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8돌 특집]「동아꿈나무」27년간 78억모아

  • 입력 1998년 3월 31일 20시 20분


미래의 영재를 길러내기 위해 동아일보사가 가꾸고 있는 ‘동아꿈나무재단’이 첫 묘목을 심은 지 27년이 지나면서 한국의 대표적 육영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아꿈나무재단이 발족한 것은 71년3월. 제주 서귀포에서 감귤농장을 경영하던 고 현암 오달곤(玄岩 吳達坤)씨가 서울 동아일보사를 찾아와 1백만원을 내놓으면서 부터였다. 당시 대학졸업자의 초봉이 2만∼3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오씨가 기탁한 장학금은 상당한 거액이었다.

오씨는 장학금을 기탁하면서 “동아일보 창간 1백주년이 되는 2020년부터 가난한 영재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오씨는 그 뒤에도 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1천4백여만원을 맡겨왔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부친의 뜻을 이어 외아들 운봉(雲峰)씨가 두차례에 걸쳐 5백만원을 보내왔다. 오씨 부자가 기탁한 장학금은 이자가 늘어나면서 현재 2억6천8백90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성금을 맡겨온 독지가 중에는 아까운 나이로 요절한 자녀 등 먼저 간 가족을 기리는 뜻으로 장학금을 내놓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의사 오창흔(吳昶昕·89년 작고)씨는 77년 청력장애를 가진 여섯째딸이 20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내 딸과 비슷한 처지의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동아꿈나무재단내에 따로 신체장애학생을 위한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이 기금의 장학사업은 200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동아꿈나무재단에 장학금을 기탁한 독지가는 단체를 포함, 모두 1백82명에 달한다. 10회 이상 계속 기탁하고 있는 독지가만 11명에 이르고 두 번 이상 기탁한 사람도 55명이나 된다.

90년부터 매달 성금을 기탁해 온 김윤철(金潤哲·56·서광산업회장)씨는 69차례나 장학금을 보내와 최다기탁자로 기록됐다.

수많은 기탁자들이 동아꿈나무재단에 맡겨온 성금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 3월15일 현재 35억2천1백10만6천9백80원으로 불어났다.

86년5월 안동 권씨 화천군(花川君)파 종친회장인 권희종(權凞宗)씨가 희사한 토지 7천4백23평(당시 감정가 23억원 가량)을 합치면 지금까지 모아진 기금은 78억원에 이른다.

동아일보사 역시 75년 광고탄압을 받을 때 온 국민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85년부터 지금까지 5억원을 출연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으로 매년 수백명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5개의 교육관련단체와 4백81명의 학생에게 2억1천2백여만원의 지원금 및 장학금을 전달했다.

동아꿈나무재단은 올해 오달곤씨가 6·25전쟁 중에 피란을 내려와 갖은 고생을 하면서 모은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내놓게 된 사연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홍성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