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빠르면 21일 영장…선거법위반-명예훼손 혐의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안기부의 북풍공작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20일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을 서울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한 결과 권전부장이 대선 당시 김대중(金大中)후보를 비방한 윤홍준(尹泓俊·31)씨의 기자회견을 배후에서 직접 지휘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권전부장에 대해 빠르면 21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과 안기부법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다.

권전부장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에게 윤씨의 기자회견을 지시하는 문건과 5만달러를 넣은 봉투를 건네줬으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인 12월23일 20만달러를 이전실장에게 추가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1만9천달러를 받고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했으며 추가로 20만달러를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누군가가 3만1천달러를 가로챘거나 안기부가 윤씨 기자회견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북풍공작사건과의 관련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와 관련, “정치인이라도 혐의가 드러나면 조사한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방침”이라고 전제, “그러나 아직까지 윤씨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윤씨 기자회견 사건만 조사하고 있다”면서 “안기부가 북풍조작 사건 전반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수사를 의뢰해오면 곧바로 서울지검에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22일 윤씨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사정당국은 권전부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계기로 북풍공작수사를 일단락짓고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의 대북(對北)자금제공설과 오익제(吳益濟)편지사건 등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안기부에서 내사작업을 계속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은 특히 북풍관련문건에 거명된 여야정치인들에 대한 조사는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치인에 대한 수사확대는 형식적인 절차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날 “문건에 나온 정치인연루부분에 대해서도 일단 조사를 벌여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명백한 위법사항이 아닌 이상 정치권으로의 수사확대는 가급적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절대 무관하며 철저히 중립을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김전대통령은 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봉구(崔鳳九)전의원건은 이미 자체조사결과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면서 “정재문의원건도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양일에 대한 수사가 진척이 없는 한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의 이같은 방침은 북풍문건에 대한 자체조사결과 미확인 첩보가 많고 일부는 구안기부세력이 자구(自救)를 위해 조작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는 20일 간부간담회에서 “북풍공작수사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고 실업 물가 등 민생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검찰은 안기부 박일룡(朴一龍)전1차장과 이병기(李丙琪)전2차장은 현재까지 혐의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아 사법처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영묵·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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