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내주 사법처리…『베이징회견 자금등 배후지시』

  • 입력 1998년 3월 20일 06시 44분


사정당국은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 재미사업가 윤홍준(尹泓俊)씨의 중국 베이징(北京)기자회견을 배후에서 지시한 총책임을 밝혀내고 내주중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사정당국은 또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이 작성한 ‘북풍(北風)공작’ 문건은 자신의 구명을 위한 현정부 위협용으로 일부 사실을 조작하거나 관련정보를 교묘하게 편집한 문건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병기(李丙琪)전안기부2차장에 대한 조사에서 권전부장이 북풍조작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9일 “권전부장이 윤씨 기자회견과 북풍문건의 작성 및 배포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사정관계자도 “윤씨에게 제공된 자금이 권전부장의 지시에 의해 지출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권전부장을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부는 이날 암호명이 ‘흑금성’으로 밝혀진 박채서(朴采緖)씨의 신병을 확보, 대선기간의 북풍공작 전모와 권전부장의 개입 및 지시 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해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11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96년8월 나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 조선족 사업가가 김홍일(金弘一)의원을 만나 ‘김정일(金正日)장군이 김대중(金大中)후보에게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사정당국은 이전실장이 북풍공작문건 4부를 작성, 권전부장과 이전2차장에게 “이것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며 한 부씩 주고 한부는 정대철(鄭大哲)국민회의부총재에게 주었으며 나머지 한부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냈다.

이 문건은 총 세권으로 돼 있으며 1,2권은 구여권의 대북접촉내용 등을 담은 반면 3권은 현여권(국민회의)의 대북접촉 내용을 담고 있어 뒤늦게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사정당국의 판단이다.

사정당국은 그러나 북풍공작문건에 이름이 기재돼 있는 여야 정치인 7,8명에 대한 조사는 그 파장 등을 고려, 신중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사정당국은 전현직 정치인 중 공작원과의 접촉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만 제삼의 장소에서 참고인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안기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건상으로도 정치인들과 관련된 내용은 신빙성이 없거나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이런 내용만으로 정치인들을 마구 소환조사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은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의 대북(對北)자금제공의혹과 관련,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 당정요직을 지낸 한 중진의원의 연루여부를 확인중이다.

사정당국은 제보자인 재미교포 김양일씨에 대한 조사가 이 사건 진상규명의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김씨의 미국내 소재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대중대통령은 19일 북풍공작과 관련,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 며칠 후면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정치권은 그때까지 수사기관에 사건을 맡기고 정치쟁점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묵·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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