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판검사비리 수사]『다음차례는 법원』경고 함축

  • 입력 1998년 3월 6일 20시 11분


검찰의 의정부지청 검사비리 수사 발표는 한마디로 ‘판사 비리도 파헤치겠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같은 자세로 보인다.

지난해 영장실질 심사제 이후 극도로 관계가 악화된 법원의 비리 수사에 앞서 ‘처절한’ 제살 도려내기를 보여줌으로써 여론의 편파시비와 법원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사법사상 최초의 법원 수사가 흐지부지될 것 같지 않은 조짐이다.

법조계에서는 당초 검사비리 수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의정부 법조비리의 ‘본류(本流)’가 변호사―검사의 유착보다는 변호사―판사의 유착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의정부의 L변호사는 “판사나 검사나 ‘한통속’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법조계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변호사에게 있어 판사는 전권을 가진 ‘염라대왕’이지만 검사는 독자적인 재량권이 적어 이해관계가 그만큼 밀접하지 않고 따라서 유착의 정도도 훨씬 낮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검사들이 판사보다 깨끗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변호사와의 관계에서는 검사와 판사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의정부지역 도박단 사건에서 검찰은 범인 11명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변호사들이 이권을 챙길 여지를 거의 주지 않았다. 반면 이순호(李順浩)변호사는 영장이 청구된 범인 중 7명의 변호를 맡아 구속영장 기각과 구속적부심, 보석을 통해 모두 석방시켰다. 모두 법원에서 일을 ‘해결’한 것이다.

또 조직내 위계의식이 강하고 보호본능이 강한 검찰이 과연 자기 내부의 살을 도려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검찰은 그러나 ‘어느 정도’ 내부비리를 파헤쳐 공개했다. 검찰은 특히 서울지검 특수1∼3부를 모두 동원, 일주일 동안 술집 종업원들을 불러 법조인 명부를 펴놓고 술집에 드나든 판검사 명단을 일일이 캐내려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일부 검사들은 ‘마른 수건을 짜낸다’며 수사팀에 대해 불평을 했고 수사 관계자는 “적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아군의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내부의 반발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로 80년 인천의 이른바 ‘동(董)파동’과 82년의 서울지검 남부지청 27만달러 밀반출 사건, 93년의 이건개(李健介)고검장 사건에 이어 네번째로 조직내부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당했다.

‘동파동’사건은 인천에서 개업중이던 동모변호사에게서 중견검사 5명이 용돈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을 떠난 사건이다. 또 82년에는 27만달러 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이모여인 사건처리과정에서 검찰의 비리가 적발돼 이모 박모 검사가 징계를 받고 면직됐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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