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권재현/김영삼「대통령님」께

  • 입력 1998년 2월 25일 19시 56분


‘문민정부’ 마지막날인 24일 PC통신 천리안에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띄워졌다. ‘전라도 깽깽이가 김영삼대통령에게’라는 제목의 이 글은 한 전라도출신 네티즌(HMG69)이 내민 ‘화해와 용서의 악수’였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이 글은 “정권교체는 김전대통령이 아니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며 퇴임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했다. 5.18때 아버지가 부상하고도 형의 사법고시 응시를 위해 이를 감춰왔던 일, 형이 결국 사시에 합격했으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뒤라 온집안이 눈물바다가 됐던 일, 누가왜 그랬는지를 알고 싶어 스스로 ‘아버지를죽인그 사람들이 있는’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던 일들을 그는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이제 개인적 한은 풀렸다”면서 “그것은 누구누구에게 구체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보복을 하기 위한 ‘한’이 아니라 그냥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줬으면,내 아픔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그런 ‘한’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김대중대통령에게는 ‘선생님’‘총재님’ 등 수많은 경칭을 붙여왔으면서도 김전대통령에게는 한번도 경칭을 붙이지 못했다”며처음으로 불러보는 ‘김영삼대통령님’께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편지후반그는 “나의 사랑하는 경상도 친구들에게 ‘너희 지역사람 누구를 찍겠노라’고말할 수있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라고 기원했다. 그의 편지는 이날 영욕이 가득한 청와대를 나와 ‘자연인 김영삼’으로 상도동 사저에 돌아간 ‘김영삼대통령님’에 대한 인사로 끝났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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