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의 귀거래사]손 털고 명퇴없는 땅으로…

입력 1998-01-05 20:48수정 2009-09-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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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결코 명예퇴직을 시키지 않습니다.” 5일 오후 충북 제천시 백운면 운학1구. 치악산의 험한 산세에 비해 이곳 백운산 산골엔 물소리만 들릴 뿐 포근하기만 하다.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대기업 중견사원 하경백(河暻佰·44·서울 중랑구 중곡동)씨. 이제 곧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사올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직장생활 18년째. 연봉 4천만원 이상의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던 하씨는 최근의 경제난으로 상처만 남았다. 주식투자로 8천만원을 날렸고 계속된 음주로 간이 많이 상했다. 직장도 다음달이면 문을 닫는다. 다행히 하씨는 8년전 이곳 치악산 부근에 4천여평의 땅을 사두었고 칠순을 넘긴 부모님이 내려와 토종 곡식을 심거나 닭을 길렀다. 2월엔 아예 온가족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버려져 있던 땅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토종닭 3천마리와 애완견 70여마리를 키울 계획. 그러나 도시생활에 젖은 하씨에게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아내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친구와 이웃없이 내버려 둘 수 없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때문에 하씨는 자신과 처지와 연배가 비슷한 명예퇴직자 10여명에게 땅을 5백평씩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로 했다. 하씨는 “일시적 낭만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농촌에 뿌리를 박고자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02―452―1637 〈제천〓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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