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행원 예금10억 사취…현금지급기서 1천여회 인출잠적

  • 입력 1997년 12월 25일 07시 53분


은행 간부와 여행원이 주말을 틈타 이틀 동안 수도권 전역의 현금자동지급기에서 1천4백여회에 걸쳐 고객 예금 10억여원을 모두 현찰로 빼내 달아난 「희대의 금융사건」이 발생했다. 24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화동지점 과장 이계상(李啓常·35)씨와 건대역지점 여행원 홍순옥(洪淳玉·30)씨가 20,21일 서울과 경기 구리 부천, 인천 김포 등의 24시간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카드를 이용, 이같은 거액을 인출해 도주했다. 이들은 대리급 이상이면 상급자의 결재없이 개설할 수 있는 PC뱅킹을 이용, 과장인 이씨가 고객 계좌에서 PC뱅킹으로 예금을 몰래 빼내 친 인척 명의로 만들어 둔 통장 1백여개에 10억여원을 분산 예치했다. 올해 2월까지 구리지점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씨와 홍씨는 1백여개 통장의 현금카드를 발급받은 뒤 은행 폐점 이후인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을 「D데이」로 잡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22일 오전 자신이 근무하던 중화동지점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통보, 사태수습을 당부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경찰은 △1회에 현금 70만원씩 인출이 가능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10억여원을 인출하려면 최소한 1천4백회 이상 인출해야 한다는 점 △현찰 무게만도 1백50㎏이 넘어 승용차 한대로는 수송이 힘든다는 점 등을 들어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로 1백만원씩 묶은 돈다발이 은행의 현금 수송용 포대 3개 분량인데 현금자동지급기에서 빼낸 돈은 이보다 3,4배 이상의 부피가 된다는 점도 여러명이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와 홍씨는 사실상 내연관계로 각각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이들이 김포공항을 통해 빠져나간 출국자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측은 『고객에게 전혀 피해가 없도록 은행에서 모든 피해액을 배상하겠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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