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8월11일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됐던 두 고교생의 가족들은 생존 소식에 충격과 함께 흐느꼈다.
○…경기 송탄시 태광고교 2년생이었던 이민교씨(38)의 어머니 김태욱씨(65)는 지난 6일 안기부직원 두명이 집으로 찾아와 아들이 북한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인천 부평구 십정2동 3층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씨는 『남편은 임종 직전 아들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며 울먹였다.
민교씨의 아버지 이현우씨(89년 사망)는 해수욕장에 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전남 목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냈다. 건축업을 하던 이씨는 사업을 그만두고 전국 해수욕장과 산을 찾아 헤매다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신경통이 악화해 85년 중풍에 걸려 4년여 투병생활을 했다는 것.
민교씨의 큰형 이우성씨(45·회사원)는 『그동안 가족이 모이는 명절만 되면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해 아무도 민교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교씨의 누나 희자씨(42)는 『민교가 실종된 그해 여름부터 우리 가족들 사이에 웃음이 사라졌다』며 『적십자사를 통해 송환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승민씨(37)의 가족들은 『승민이가 살아 있다니 다행…』이라며 충격을 받은 표정들이었다.
경기 광주군 광주읍 경안리 단독주택에 사는 승민씨의 아버지 최준화씨(68)와 어머니 이동금씨(63)는 19년전 아들이 친구(이민교씨)와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해수욕장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돼 아들을 찾으러 전국을 헤맸고 신문에 광고도 냈다고 전했다.
아버지 최씨는 『지난달 21일 안기부가 부부간첩사건을 발표할 때 고교생 3명이 납치돼 북한에서 교관으로 있다고 말해 우리 아들도 북한에 납북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승민씨 가족들도 6일 안기부로부터 납북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아들의 송환에 온갖 힘을 다쏟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광주(광주)〓박정규·성동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