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음식점 「하로동선」,이제는 「따로 국밥」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지난 3월7일 투명한 정치자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아 개업, 화제를 모았던 한우고기전문점 「하로동선(夏爐冬扇)」(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역주의 타파와 3김청산을 외치며 개혁파를 자처했던 야권 정치인 20여명이 4억원을 출자, 이 음식점의 「공동사장」이 됐지만 이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합종연횡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기 때문. 「내각제 저지를 위한 민주연합」의 이부영(李富榮)의원과 박계동(朴啓東) 김원웅(金元雄)전의원은 24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또 제정구(諸廷坵) 이수인(李壽仁) 김홍신(金洪信)의원과 이철(李哲)전의원은 「신정치추진연합」을 결성, 한나라당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盧武鉉) 원혜영(元惠榮) 유인태(柳寅泰) 박석무(朴錫武) 홍기훈(洪起薰)전의원은 국민회의에 입당했었다. 이같이 공동사장들이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자 고객들과 일부 종업원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음식점에 들러 고객에게 고기를 잘라주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말벗을 자청했던 정치인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선거때마다 야당만 찍어왔다는 윤모씨(39·회사원)는 『내가 낸 식대 중 일부가 여당으로 유입된다면 식당을 바꿔볼 생각』이라고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말했다. 또 일부 손님들은 종업원에게 『어느 후보를 밀고 있느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로동선의 주인들이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처럼 당장은 소용이 없지만 때가 오면 반드시 필요한」 재목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공동으로 투자해 개업한 지 불과 9개월. 그러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정치현실 앞에서 이들은 끝내 다른 길을 걷고야 말았다. 〈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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