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위기에 망년회 웬말』…기업-동창회의「검소한 송년」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국가가 남의 돈을 빌려쓰는 형편에 흥청망청 먹고 마실 수는 없다」. 연말을 앞두고 경제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송년모임을 취소하거나 간소하게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회사원 김장순(金章淳·28)씨는 『12월말 동창회 송년모임을 갖기 위해 호텔을 예약했다가 어려운 경제를 생각해 며칠전 취소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허리띠 졸라매기」 차원에서 연말마다 열던 협력업체 대표모임이나 임원모임 등을 취소하고 있다. 이때문에 호텔마다 연회장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고 이맘때면 예약이 끝나던 주요 연회장의 예약률도 지난해의 절반수준을 밑돌고 있다. 서울 하얏트호텔 판촉팀 김석원(金奭洹·49)수석부장은 『매년 송년모임을 갖던 대기업들이 올해는 신년식과 겸하기로 했다면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격을 작년수준으로 동결했는데도 8개 연회장이 연말까지 거의 비어있다』고 밝혔다. 서울 신촌의 「H갈비」 예약부 직원도 『예년같으면 벌써 연말까지 예약이 차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작년의 30∼40%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1차 갈비집, 2차 단란주점, 3차 나이트클럽의 「끝장보기식」송년회도 「통합형」으로 바뀌고 있다. 지멘스사 제조부 직원들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2층 규모의 레스토랑을 빌려 식사와 음주 노래 등으로 통합형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 특히 올 송년회는 「먹고 마시는」 분위기에서 탈피, 1층에서는 식사를 하고 2층에서는 지난 한해의 실적을 점검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워크숍 형식으로 가질 계획이다. 송년회 전문 이벤트사인 「자이언트기획」의 임형태(林亨泰·26)사장은 『경기불황 속에 치러지는 올해 송년회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느냐」는 요구가 가장 큰 문의사항』이라며 『업체마다 인사불성이 되도록 음주와 오락을 하는 행사보다는 차분히 지난해를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생산성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말했다. 〈신치영·이명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