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담임 『진짜고생은 지금부터』…수능끝나자 일감 산더미

  • 입력 1997년 11월 23일 19시 53분


「이제부터 고생 시작」 「우리는 이제 해방」. 「피말리는」 98학년도 수능시험이 19일 끝나자 일선고교의 진학지도 교사와 고3 수험생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고3생은 「이제 자유의 몸이다」고 외치며 해방감을 만끽하겠다는 태도. 아직 졸업고사와 대학별 논술고사가 남아있지만 부담 정도가 수능과는 비교할 것이 못된다. 반대로 고3 담임교사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앞으로 처리해야 할 대입 관련 업무가 태산같기 때문. 올해는 특히 수능시험이 사상 유례없이 쉽게 출제돼 학생들은 밝은 표정이지만 교사들은 어떻게 진학지도를 해야할지 걱정이 태산같다. 고3 담임들의 가장 큰 부담은 학생생활기록부 전산화작업. 우선 처리 절차부터 간단치 않다. 먼저 학생 개개인의 과목별 기록을 취합한 뒤 1차 입력작업을 한다. 다음 교장의 결재를 받고 학생들에게 확인 열람을 시킨다. 이어 교정작업을 하고 몇번씩의 검토를 거친 뒤 최종 완성자료를 만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길게는 보름. 대부분 학교가 늦어도 다음달 5일까지는 교사들이 작업을 완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야근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울 개포고 정성구(丁聖九·56)교사는 『컴퓨터에 익숙지 못한 「볼펜세대」교사들은 일 처리가 느리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밤을 새우더라도 직접 작업을 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신경써야 할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달 말경 치러지는 졸업고사도 내신에 포함되므로 관리 및 채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방법에 맞춰 입시지도를 하기 위해 참고자료도 많이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일거리는 또 있다. 논술고사를 보지 않는 학생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것. 서울고 권영춘(權寧春·55)교사는 『학생부가 전산화되면서 고3담임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하지만 고생이 많더라도 제자가 한명이라도 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교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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