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항소심공판 이모저모]입 연 정태수씨 기세등등

  • 입력 1997년 8월 19일 07시 52분


한보사건 항소심 2차 공판정에 선 한보그룹 총회장 鄭泰守(정태수)피고인은 심장병 당뇨병에 우측마비 증세까지 앓고 있는 70대 노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당당하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4개월만에 말문을 연 정피고인은 실어증에 걸렸던 환자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또렷하고 강한 어조로 검사와 설전을 벌이며 공소사실을 완강히 부인. 변호인 보충신문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예』라는 대답만 이어가던 정피고인은 검찰측 신문이 진행되자 큰 목소리로 맞대응하는 등 한바탕 설전. 검찰이 제2금융권 이자 액수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자 정피고인은 『검사님은 기업생리와 사채시장에 대해 전혀 모르니 명동 사채시장에 한번 가보라』고 핀잔하는 등 기세가 등등. ○…정피고인은 답변하기 곤란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보청문회와 1심 재판 때처럼 『실무자가 알아서 처리해 잘 모른다』며 「모르쇠」전술을 재탕. 특히 정피고인이 회계변칙처리 부분에 대해서도 실무자 탓으로 돌리자 검사가 『「머슴」이 어떻게 알아서 하느냐』며 반박했는데 『청문회장도 아닌데 머슴얘기는 왜 하느냐. 여기는 엄연히 법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방청객들이 폭소. ○…정피고인의 변호인인 徐廷友(서정우)변호사는 이날 보충신문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중 상당부분이 피고인에게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가혹수사를 통해 만든 「가짜」라고 주장해 때아닌 가혹수사 논쟁이 가열. 정피고인은 『수시로 철야조사를 받으면서 잠을 자지 못했고 조사과정에서 벽을 향하고 서있으라는 인격적인 모욕도 받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 세상만사 귀찮아서 하라는대로 했다』고 답변. 그러나 검찰이 『당뇨때문에 규칙적으로 식사시간과 운동시간을 주지 않았는가. 이같은 내용은 일지형식으로 적혀있어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고 반박하자 정피고인은 『물론 검사님은 잘해주셨지만 다른 검사들이 들어와 깨워 잠을 못잔 적이 있다』고 군색한 답변. ○…정피고인은 權魯甲(권노갑)피고인의 변호인이 『구치소에서 권피고인을 만나 「당신은 죄가 없으니 무죄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정피고인은 『잘 모르겠다. 의례적인 인사를 한 것 같다』고 답변. 이에 권피고인이 재판장에게 직접 손을 들어 『내가 정회장에게 묻겠다』고 말한 뒤 앉은 채로 고개를 돌려 『그런 말 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따지자 정피고인은 『그런 말 했다. 그래야 빨리 나가지』라고 맞받아 방청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이호갑·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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