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동포 2세들, KAL유족 도우며 동포애 확인

  • 입력 1997년 8월 10일 20시 18분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직후부터 많은 괌 현지 교포들이 구조작업에서부터 시신수습 과정까지 생존자와 유족을 열성적으로 돕고 있다. 유족들은 특히 괌에서 태어나 한국말도 서투른 교포 2세 학생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와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다. 『유족들을 곁에서 돕다보니 이제야 동포애와 조국이 왜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 10일 오전 괌 퍼시픽 호텔내 분향소앞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와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교포 2세 장철군(17). 사실 장군은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이 정말 「내조국」이라는 감정을 실감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제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분향소에서 유족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각하게 됐다. 20년전 부모가 괌으로 이민와 괌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직후 평소 알고 지내는 鄭相薰(정상훈·21·괌대학 2년)씨로부터 『한국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우리가 도와 줄 일이 있는지 찾아 보자』는 말을 듣고 흔쾌히 따라 나섰다. 장군과 함께 분향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교포 2세 청소년들은 모두 30여명. 10대인 이들은 대부분 장군처럼 정씨의 권유를 받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7년전인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괌에 이민온 정씨는 사고 당일 괌에서 알고 지내던 누나 박인아씨(27)가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씨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 병원 등을 돌아다니다 괴로워하는 유족들을 보게된 정씨는 이대로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청소년들을 불러모아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것. 교포학생들은 유족이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제출하는 희생자 관련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는 일에서부터 통역은 물론 잔심부름까지 유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고 있다. 3세 때 부모님과 함께 괌에 이민온 오연주양(15)은 『하루 4∼5시간밖에 잠을 못자지만 내 작은 도움이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피곤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포 청소년들 외에도 괌 부인회 회원 10여명이 분향소에서 유족들에게 속옷과 의약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편 교포 1세들은 유족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과 기부물품을 모금, 현재까지 1만5천달러를 모았고 음료수와 의약품 등은 너무 많이 들어와 정확한 수량이 파악되지 않고 있을 정도다. 〈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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