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유가족, 그리고 아내와 아들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로 부인과 아들을 잃은 대한항공 괌 지점장 朴琓淳(박완순·44)씨.
부인 金德實(김덕실·44)씨와 주희양(16) 수진군(12)은 아빠와 함께 살기 위해 괌으로 오던 길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던 가족은 오질 않고 대신 날아든 것은 공항 바로 앞 언덕에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소식뿐.
피눈물이 울컥울컥 솟았다. 하늘이 캄캄해지고 앞이 안보였다.
그러나 사고비행기 회사의 현지 책임자인 박씨는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사고상황을 파악해서 본사에 보고하랴, 직원들과 대책을 논의하랴, 개인적인 일을 챙길 처지가 아니었다.
오전 6시반경 주희양이 구조돼 병원에 후송됐다는 소식을 현지직원에게 전해 들었지만 밤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주희양은 7일 한국으로 후송됐지만 다른 부상자 가족과는 달리 박씨는 딸을 따라갈 수도 없는 입장. 『혼자 가기 무섭다』고 눈물짓는 딸을 다독거리며 『꼭 엄마하고 수진이를 찾아서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비록 가족을 찾는다 해도 여기 남아 할 일이 태산이다.
『아직도 사고현장에서 떠돌고 있는 아내와 수진이, 혼자 끔찍한 악몽에 시달릴 주희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하지만 변을 당하신 승객과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 저자신의 고통은 잠시 가슴에 묻어둘 수밖에 없습니다』
〈괌〓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