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자신의 직무와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에 있는 돈을 받았다면 구체적 청탁이나 대가성이 없었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한보사건 1심 재판에서 나왔다.이는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재판에서 인정된 뇌물죄의 포괄적 직무관련성을 국회의원에게 처음으로 확대적용한 것으로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에게서 돈을 받고도 무혐의 처리된 정치인들에 대한 기소문제가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孫智烈·손지열 부장판사)는 2일 한보그룹 정총회장에게서 2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權魯甲(권노갑)피고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죄와 알선수뢰죄를 적용, 징역 5년에 추징금 2억5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1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와는 무관한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돈을 받은 이상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국정전반에 관해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이같은 직무와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에 있는 돈을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며 특별히 청탁의 유무,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도 없고 또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권피고인의 정치자금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비록 선거비용 등 정치자금 명목으로 이뤄진 금품수수라도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공무원인 국회의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 한 뇌물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권피고인이 96년 10월 동료의원들의 국정감사 질의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받은 1억원에 대해서는 『직접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국회의원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의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으므로 알선수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