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 고대강연 요지]『정치는 국민에 대한 봉사』

  • 입력 1997년 5월 22일 20시 00분


민주주의는 지금까지의 정치체제 가운데 인간이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체제임을 인정해야 한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체제에서 대중들로부터 「예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깊이있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에서 리더십이란 「슈퍼인간」이나 「정치적 천재」의 리더십이 결코 아니다. 사실상 더 잘 알거나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좀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신뢰라는 것도 잠정적이며 남용되기 쉽상이다. 지도자가 신뢰를 얻으려면 정직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언제나 호기심과 탐구심을 바탕으로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똑바로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불의와 거짓에 민감하다. 이들은 세상을 단순한 잣대로 보는 것 같지만 바로 이같은 단순함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저항적인 삶을 선택한 젊은이들의 정의감이야말로 인생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나 역시 저항적인 투쟁의 길을 걸었다. 어떠한 탄압도 나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자유노조 결성에 앞장섰고 80년 공산주의 국가중에서는 최초로 자유노조를 탄생시켰다. 계엄령, 자유노조 불법화 등 그후로도 탄압은 그치지 않았지만 투쟁과 협상을 통해 89년 6월 결국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봉사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기를 노리는 TV정치인은 많지만 봉사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해선 안된다. 내가 변화를 기치로 내걸었을 때 폴란드 국민들은 나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내가 변화에 들 비용을 거론하자 국민은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가장 어려웠던 마지막 투쟁은 지난 94년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나는 싸웠고 그리고 이겼다. 여러분들은 낙선한 내가 이겼다고 말하는 것에 놀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길 수도 있었다. 공산주의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고 그들과 권력분배 비밀협상을 할 수도 있었다. 인기위주의 선거운동을 했더라면 지금도 난 대통령일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부정한 방법들은 나의 신념과 어긋나는 것이다. 규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승리하는 것보다는 패하더라도 규칙을 지키는 것이 더 옳다는 나의 확신 때문이었다. 깨끗한 패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정리〓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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