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귀국]『협조땐 선처』-『전재산 몰수』전략 주효

  • 입력 1997년 5월 11일 20시 09분


金賢哲(김현철)씨의 비자금 관리에 핵심역할을 한 李晟豪(이성호·36)전 대호건설 사장의 귀국에는 검찰의 끈질긴 「당근과 채찍」전술이 크게 작용했다. 이씨는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과 더불어 현철씨의 측근 3인방 중 한사람. 이씨는 단순한 측근이 아닌 현철씨 비리의 주연(主演)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핵심측근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수사초기부터 검찰의 수사망안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이씨는 한보비리사건 수사가 시작된지 일주일만인 지난 2월4일 비밀리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때까지 검찰은 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씨의 존재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본보의 집중적인 보도에 의해서였다.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지 보름만인 지난달초 이씨가 현철씨의 자금관리인역할을 해왔다고 보도하자 검찰의 본격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조사결과 현철씨의 비자금은 현철씨의 오랜 친구인 박태중씨가 아니라 이씨가 대부분 관리한 혐의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씨를 「귀국시 즉시 통보대상」으로 분류하고 가족과 친지 변호사 등을 통해 귀국을 종용해왔다. 그러나 이씨는 자신의 귀국이 현철씨의 형사처벌여부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는데다 아버지(이건 전대호건설회장)와 현철씨측의 만류로 귀국을 미뤄왔다. 현철씨의 비자금 규모와 은닉 비자금, 개인비리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씨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에 한동안 현철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은 물론이다. 검찰이 케이블TV의 인수경위, 이미 수산중공업에 팔아넘긴 대호건설의 공사비, 은닉부동산 보유여부 등의 조사를 통해 탈세 횡령 등 이씨의 광범위한 개인비리 수사에 착수한 것도 바로 이씨의 귀국을 압박하기 위했던 것. 검찰은 그의 동생이자 세미냉장 대표인 상호씨에게도 횡령 탈세 혐의 등을 들이대며 형의 조기귀국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에게 『만약 귀국하지 않을 경우 전재산을 몰수하고 당신은 물론 동생까지 다칠 수밖에 없다』며 귀국을 종용했다. 드디어 이씨는 보름전부터 변호사를 통해 『자진귀국해서 모든 혐의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그후에도 「사건 마무리 이전 귀국불가」라는 현철씨측의 의사전달로 갈팡질팡했으나 결국 「수사협조시 가벼운 형사처벌」이라는 검찰의 카드에 넘어가 귀국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이 최근 발견해낸 87억원대 비자금계좌도 이씨로 하여금 「더이상 버텨봐야 의미가 없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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