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씨 귀국]『「현철씨 비리」전모 드러날것』기대

  • 입력 1997년 5월 11일 20시 09분


▼ 이성호씨 진술로 밝혀질 의혹들 ▼ 金賢哲(김현철)씨의 자금관리인 역할을 해온 전 대호건설 사장 李晟豪(이성호)씨가 귀국함에 따라 현철씨 비리의 전모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철씨 사건 수사초기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씨만 있으면 1주일 이내에 게임을 끝낼 수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말한 일이 있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이달초 수사팀의 한 검사는 『현철씨 수사의 뼈대는 다만들어졌다. 이씨를 불러 그 뼈대에 살만 붙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현철씨와의 관계에서 단순한 「측근」을 넘어 「분신」(分身)이나 다름없는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철씨의 각종 이권개입 행위를 대리하고 그로부터 생긴 자금을 세탁 관리해온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 검찰이 이씨를 상대로 조사할 부분은 크게 자금관리와 이권개입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금관리 부분에 대한 조사는 그리 많은 시간이나 노력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들어오기 전에 상당부분을 이미 밝혀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람은 갔어도 계좌는 남아 있다』며 이씨가 없는 상태에서 이씨가 관리한 현철씨 계좌를 상당히 심도있게 조사했음을 내비쳤었다. 실제로 검찰은 현철씨가 두양그룹 金德永(김덕영)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이 이씨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이미 오래 전에 밝혀냈다. 검찰은 이씨가 현철씨의 자금 수백억원을 1백여개의 가 차명 계좌를 통해 철저히 세탁해온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현철씨 자금의 「저수지」라고 할 수 있는 공인회계사 金鍾郁(김종욱·전 대호건설 종합조정실장)씨 장인 명의의 87억원대 계좌를 비롯해 2, 3개의 모(母)계좌도 찾아냈다. 따라서 이씨를 상대로 한 현철씨 자금 수사는 이미 찾아낸 계좌와 그 계좌에 들어있던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를 상대로 조사할 내용중 정작 중요한 것은 이권개입 부분이다. 검찰은 그동안 현철씨의 자금을 수백억원씩이나 찾아내고도 이들 자금의 범죄성 여부를 밝히지 못해 초조해 했다. 검찰은 그 실마리를 이씨가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뼈대에 살을 붙인다』는 것도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씨가 현철씨의 자금을 단순히 관리만 해온 것이 아니라 현철씨를 대리해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면서 현철씨 자금을 증식하고 은닉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케이블 TV를 집중 매집하고 포항제철 철강판매권과 1천억원대가 넘는 관급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현철씨의 영향력 행사가 반드시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철씨의 이권개입 혐의를 입증, 「이권개입―금품수수」라는 범죄요건을 완성하고 이를 근거로 현철씨를 형사처벌함으로써 4개월째 계속돼온 수사를 마침내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 ▼ 심재륜 중수부장 일문일답 ▼ 沈在淪(심재륜)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11일 金賢哲(김현철)씨의 측근인 李晟豪(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의 귀국사실을 공개하면서 『이 전사장이 수사에 협조할경우관대한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심중수부장과의 일문일답. ―이 전사장은 어떤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하나.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그가 나중에 형사처벌될 수도 있나. 『수사에 협조를 잘하면 관대한 처분을 내릴 것이다. 이 전사장의 개인비리는 수사의 본류가 아니다』 ―이 전사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金鍾郁(김종욱)씨는 함께 오지 않았나. 『이 전사장 혼자 들어왔다』 ―그의 귀국으로 현철씨 소환이 빨라질 것 같은데…. 『신문에 보니 20일경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돼 있던데…』 ―이 전사장의 자금관리인인 김종욱씨와 지역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현철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金元龍(김원룡)교수와도 현재 접촉하고 있나. 『접촉 여부에 대해 얘기해도 되나…(심중수부장은 이들도 귀국을 위해 접촉중이라는 사실을 암시)』 ―이 전사장이 귀국했으니 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 아닌가. 이전에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언제 수사가 끝난다고 말했나.(농담조로)수사가 시작된다고 말했지. 어쨌든 수사가 진일보하는 것은 맞다』 ―이 전사장에 대한 수사초점은….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알게 될 것이다』 ―현철씨의 가차명계좌가 1백여개가 넘는다는데…. 『모두 돈세탁용 계좌다』 ―이 전사장이 귀국하는 등 하늘이 수사를 돕고 있는 것 같은데…. 『하늘이 돕는지는 조사해봐야 안다』 ―이 전사장이 수사도중에 귀국한 적이 있다는데…. 『모르겠다』 〈조원표·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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