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3차공판 이모저모]정태수씨 시종 『기세등등』

  • 입력 1997년 4월 14일 20시 12분


14일의 한보비리사건 3차 공판에서 鄭泰守(정태수)피고인은 변호인 반대신문에 이어 진행된 검찰측의 보충신문 과정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신문하는 검사들을 「훈계」하려 하는 등 시종일관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맨처음 신문에 나선 金明坤(김명곤)검사는 『당시 산업은행은 97년 1월에서 4월 사이에 3천억원을 이미 지원하기로 약속했었고 부도가 난 97년 1월까지는 자금난을 전혀 겪지 않았다』는 정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은행이 당신을 위해 연간 대출계획까지 세우고 있느냐』고 물었다. 변호인이 신문하는 동안 『네』라는 짧은 대답으로 일관했던 정피고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건 은행도 이익나는 장사였고 우리도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우리만을 위해서 그렇게 한 줄 아느냐. 대출은 사람 사업성 담보를 요건으로 하는데 당시 우리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정피고인의 고함에 약간 당황한 김검사는 『한보의 재정부 직원들은 지난 96년말부터 어음할인을 하기 위해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을 동분서주했다는데 정말 자금난이 없었나』라고 물었다. 정피고인은 『사업을 하다보면 돈이 모자랄 때가 있다. 돈이 모자라면 사채가 아니라 달러시장에서라도 돈을 구하는 법이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정피고인은 『지난해 추석 이후에는 임금도 체불되고 전기요금도 못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朴相吉(박상길)검사의 질문에는 『검사님, 사업을 하면 말이죠. 전기료도 못낼 때가 있고 차비도 못줄 때가 있어요. 검사님도 사업을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했다. 박검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신문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盧官圭(노관규)검사는 『당신을 수사하다 보니 우리나라 14대 그룹의 재정관리가 그토톡 허술한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한마디 한 뒤 『당신이 회사를 위해 샀다는 부동산들이 왜 회사 관재장부에는 올라있지 않으냐』고 따졌다. 정피고인은 이에 대해서도 『땅을 산 직원이 장부에 안올린 것을 왜 나한테 묻느냐』며 오히려 검사를 호통쳤다. 주객이 전도된 듯한 재판이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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