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김덕홍씨 삼촌 서울에 산다…서대문구 김학순씨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黃長燁(황장엽·74)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과 함께 망명을 요청한 金德弘(김덕홍·59)씨의 막내삼촌은 서울에 살고 있었다. 35년간 목회활동을 하다 지금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2동 명지맨션 202호에 살고 있는 金鶴淳(김학순·67)씨. 김씨는 남북통일이 되면 자신의 고향을 찾아갈 자식들을 위해 북녘의 고향과 가족을 소개하는 1백쪽 가량의 「상봉록」을 만들어줄 정도로 늘 가족을 그리며 살아왔다. 김씨는 12일 오후 TV뉴스를 보다가 김덕홍씨가 자신의 조카임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나이 고향 이름이 조카와 똑같습니다. 입이 튀어나오고 이마가 넓은 게 형님과 닮았고요』 김씨가 희미하게나마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조카 덕홍씨는 「잘 생기고 똑똑한 아이」. 평안북도 신의주 고관면 중단리 화암골에서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씨는 한집에 살던 큰형 鶴天(학천)씨의 두 아들 德日(덕일) 덕홍씨와 아주 친하게 지냈다. 『동갑인 덕일이하고는 농사일도 함께 거들고 모래사장에서 씨름도 하며 형제처럼 지냈지요. 그때마다 덕홍이는 우리들을 따라다녔습니다』 덕홍씨가 북한의 고위직에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김씨는 「저 아이가 저 정도로 컸구나」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스무살에 인민군으로 끌려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힌 뒤 지난 53년 10월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반공포로로 석방됐다. 그후 황해도 연백에서 1.4후퇴때 월남한 金英愛(65)씨와 결혼한 뒤 사목의 길을 걸어왔다. 상봉록은 16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김씨가 자신의 3남1녀와 8명의 손자 손녀에게 남겨놓은 「마지막 선물」. 상봉록에는 북한에서의 자신과 가족의 행적이 꼼꼼히 적혀 있고 남과 북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담겨 있다. 〈이철용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