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같은땅 27차례 담보 귀신도 놀랄「대출능력」

  • 입력 1997년 2월 3일 08시 09분


한보그룹이 鄭泰守(정태수)총회장 소유의 서울 송파구 장지동 522일대 3만8천여평의 땅을 금융기관에 27차례나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아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한번 담보설정을 한 부동산은 다시 담보로 잡지 않는 것이 금융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한 결과 한보측은 공시지가 1백23억원(평당 32만원)인 이 땅을 지난 81년7월부터 95년11월까지 대한보증보험 8차례, 조흥은행 7차례, 상업은행 3차례, 강원은행 2차례, 제일은행 대우증권 한국보증보험 각 1차례 등 8개 금융기관에 모두 27차례나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땅(공동담보포함)에 설정된 근저당은 모두 6천3백93억원이다. 이중 대한보증보험이 88년6월 한보주택을 상대로 설정한 30억6천만원의 근저당만 91년4월 말소되고 나머지는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돈을 빌려 쓴 회사들은 한보철강 한보주택 한보관광 한보건설 한보에너지 등 한보그룹의 주력기업이 모두 들어있다.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李喆洙(이철수)전 행장 시절인 지난 95년 11월 유원건설(한보건설의 전신)을 채무자로 해 이미 25차례(말소포함 26차례)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이 땅과 부산 사하구 평동의 한보철강 공장부지 9만여평, 서울 강남구 개포동 정총회장 일가 소유 2만7천여평을 묶어 2천5백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전문가들은 『아무리 공동담보라 하더라도 이미 근저당이 설정된 땅을 포함시켜 담보로 잡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대출해준 것은 「담보를 확보했다」는 형식만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총회장은 지난 81년6월 이 땅을 매입했는데 이 일대는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지난해 쓰레기 소각장 부지로 선정되면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보측은 이곳에 있던 신흥연와(煉瓦·벽돌)의 시설을 이용, 80년대 중반까지 건축용 벽돌을 생산하다 채산성이 떨어지자 현재는 「한보그룹 장지동관리소」라는 이름을 붙여 계열사의 자재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李澈容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