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김영진씨 아들 해광君 「北탈출 일기」

입력 1997-01-23 08:22수정 2009-09-27 06:4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2일 귀순한 북한주민 두가족 중 김영진씨의 둘째아들 해광군(13)은 지난해 10월 일가족의 북한탈출기를 담은 일기를 MBC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목사의 중개로 전달된 「우리가족 로정의 일기」라는 제목의 이 일기는 같은달 21일 MBC라디오 「손숙 김승현의 여성시대」에서 소개됐다. 이 일기는 김씨 일가가 오래전부터 북한탈출과 한국귀순을 준비했으며 유송일씨 일가와는 별도로 북한을 탈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광군의 일기를 재구성한다. 「문덕에서 무산까지」 96년3월19일 기차를 타고 (고향 평남 문덕군에서) 외할머니가 사는 함북 무산군으로 향했다. 3월20일도 하루종일 기차안에서 보대꼈다. 기차안은 아이들이 배고파 우는 소리, 여성들의 아우성 소리로 수라장이었다. 굶주림에 시달려 기차 한복판에 누워있던 한 청년은 끝내 숨을 거두었다. 3월21일 기차는 무산역에 도착했다. 외할머니집에 들어서니 외할머니는 반갑지 않은 기색으로 맞이했다. 3월22일 새벽 잠결에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로 끼니를 떼우면서 겨우 장사를 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너희들까지 왔으니 반가움 대신 걱정거리』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실망했다. 「중국으로 탈출」 3월23일 아침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무슨 토론을 했다. 이어 가족은 두만강구경을 나갔다. 아버지는 『이제 살 길은 남조선으로 가는 것』이라며 『그래야 너희들도 공부를 할 수 있고 배불리 마음껏 먹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형님(해룡)과 나는 절대로 지도자선생님(김정일)의 품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우리는 먹을 것도 없고 집도 팔아 외할머니를 믿고 왔는데 할머니집 역시 먹을 것이 없으니 어떻게 같이 살겠느냐』며 우리를 설득했다. 아버지는 몇년전부터 남조선으로 가기 위해 남조선 방송을 들었다고 하셨다. 결국 형님과 나도 따랐다. 가족은 밤 10시부터 두만강을 건널 준비를 했다. 조각달은 지고 캄캄한 밤이었다. 오전 2시까지 은밀히 정찰을 하면서 보초병의 움직임과 조명등의 비침을 살폈다. 우리는 흰포대로 위장해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 3월24일 새벽 3시반 중국땅을 밟았다. 「중국에서의 생활」 중국땅으로 와보니 먹을 것도 많고 살기도 좋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꼭꼭 휴식도 했다. 중국땅에 있으면서 남조선은 아주 잘 살고 자유가 있으며 나같은 학생들은 배불리 먹고 마음껏 배우며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때까지 잘못된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으로 하루빨리 가서 배움의 날개를 활짝 펴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나 조국통일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