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재산 강제헌납은 잘못』…大法,첫 취소 판결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지난 80년 신군부가 「부정축재자 재산환수」라는 명목으로 정치인 등으로부터 재산을 국가에 강제헌납토록 한 조치는 위법한 것으로 취소하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시 계엄사에 의해 1천억여원 상당의 재산을 강제헌납당한 金鍾泌(김종필)공화당총재 李厚洛(이후락)전중앙정보부장 등 34명의 여야정치인과 고위공무원 등은 재산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鄭貴鎬·정귀호 대법관)는 24일 전국회부의장 金振晩(김진만·78)씨의 부인 金淑珍(김숙진·60)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준재심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김씨는 80년 당시 부인 등의 명의로 돼있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유치원, 대지 5백여평, 아파트 2채와 전남 완도군 임야 1천5백여평 등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반환받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80년 당시 김씨 등이 「제소전 화해」 방식으로 부동산을 국가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이를 수행한 김모변호사는 김씨 등이 선임하지 않은 소송대리인』이라며 『당시 제소전 화해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만큼 취소한다』고 밝혔다. 「제소전 화해」란 민사분쟁 당사자들이 판사앞에서 화해조서를 작성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 80년 당시 신군부는 재산환수 이후 피해자들이 법적대응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서약서를 통한 기부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정해주고 제소전 화해 방식으로 재산을 강제헌납받았다. 김씨의 부인 등은 지난 80년 6월 계엄사 합수부가 김씨로부터 재산기부동의서를 제출받은 뒤 김변호사를 내세워 자신들의 부동산을 제소전 화해 방식으로 빼앗아가자 89년 소송을 냈으며 1심에서는 졌으나 2심에서는 이겼었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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