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의 박지만군에게…초등교 은사가 보내는 편지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지만아. 해마다 띄운 크리스마스 카드를 올해는 그나마 보낼 곳조차 마땅치 않으니 착잡하기 이를데 없구나. 지만아. 너의 사업이 더욱 번창하고 착한 배필을 만나도록 매일 기도했으나 아직도 내 기도가 부족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외롭고 괴로운 너의 심정 나는 헤아리고도 남는다. 몇년전 중곡동 국립정신병원으로 보낸 성경과 편지에 진정어린 감사를 표했던 너 아닌가. 오늘 크리스마스에 다시금 네 생각이 간절히 가슴을 저민다. 축제분위기가 교회뿐 아니라 거리의 쇼윈도에도 넘쳐나건만 차가운 구치소에서 초조와 불안에 휩싸여 있을 너를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 예수께서 하신 「죄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란 말씀이 떠오른다. 예수께서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그 여인을 용서하시지 않으셨나. 지만아. 네가 견디기 어려운 시련에 방황하고 쓰러졌을 때, 또 부모님의 비운의 죽음 앞에서 애통해 할 때 너를 따뜻하게 감싸고 바르게 인도해준 이들이 그토록 없었단 말이냐.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적인 절망의 도피를 위하여 탐닉한 행위를 지금은 충분히 반성했겠지. 너에게 연이어 내려진 시련을 벗겨줄 분은 과연 없단 말이냐. 명색이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담임을 맡은 나도 너를 제대로 감싸지 못했으니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랴. 지만이가 성탄절 아침에 영의 눈이 트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 진 명(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든마을 동아아파트 101―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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