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獨,한국「과소비-외제품선호 억제운동」시비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했던 재정경제원의 한 과장은 친분있는 미국 유럽의 실무자들로부터 전례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민간 단체가 벌이는 이른바 과소비 및 외제품 소비 억제운동을 한국정부가 뒤에서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정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무역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시장개방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부가 나서서 외제추방 운동을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무역장벽을 치는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까지 잊지 않았다고 한다. 말이 질문이지 노골적인 「통상압력」이었다. 통상문제에 관한 이들의 반응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최근엔 미국과 독일정부가 국내 민간단체에 서한을 보낸데 이어 일본 담배회사는 현지법인을 통해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일본담배판매를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주한 클라우스 폴러스 독일대사는 지난주 국내 소비자단체 언론사 국회의원들에게 일제히 서한을 발송했다. 독일측은 이 서한에서 『한국의 소비절약 운동으로 독일의 대한(對韓) 소비재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1백30억 달러 늘었지만 증가분중 소비재 수입은 겨우 30억달러로 적자 악화가 소비재 수입때문이라는 지적은 틀린 얘기』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소비절약 운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특히 『과소비 억제 운동으로 독일산 BMW자동차 판매율이 석달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일방통행식 교역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미국정부는 지난 9월 주한 미상공회의소를 통해 「한국의 과소비 억제운동이 80년대말의 수입품 불매운동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같은달 재경원에 「과소비 억제가 수입 억제운동이 될 때에는 통상 보복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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