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자『자발적 이직-他意실직』「실업급여」논란

  • 입력 1996년 10월 24일 20시 17분


「명예퇴직은 직장을 스스로 그만둔 것인가, 아니면 쫓겨난 것인가」. 최근 경제불황으로 명예퇴직이 확산되면서 전국 곳곳의 노동부지방사무소에선 명예퇴직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명예퇴직을 「자발적 이직」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타의에 의한 실직」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울산지방노동사무소는 최근 실업급여지급을 신청한 선경인더스트리 울산공장 명예퇴직자 62명 중 57명에 대해 『회사의 압력없이 자발적으로 퇴직신청을 했으므로 타의에 의한 실직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실업급여 지급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비록 스스로 퇴직을 신청하는 형식이었지만 회사측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퇴직자를 모집했고 제반 상황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쪽으로 기울어 퇴직했으므로 이직이 아니라 실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본부는 이에 대해 『회사측이 경영상의 이유로 한꺼번에 명예퇴직자를 모집했으므로 집단 권고사직의 성격이 짙다』며 퇴직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재심사청구 방법을 자세히 안내해 주라고 울산사무소에 지시했다. 선경인더스트리 외에도 인천 한국유리 퇴직자 등 명예퇴직을 사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 중 80%가량이 「타의에 의한 실직」으로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받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 方鏞錫의원(국민회의) 등 일부 의원들은 『도산 폐업 등으로 실제 생계가 어려워진 일반 실직자와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명예퇴직자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실업급여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실업급여제도는 30인이상 사업장의 근로자가 실직할 경우 고용보험료 납부기간 등에 따라 최저 1개월에서 최장 7개월까지 실직당시 임금의 50%를 지급하는 제도다. 한편 현재 명예퇴직의 자발성 여부는 각 지방노동사무소 직업지도관이 퇴직자 본인과 회사 인사담당자를 면접조사해 판정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자는 직업지도관과의 면접에 대비, △회사측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명예퇴직이 시행됐으며 △퇴직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문서를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鄭秉錫노동부고용보험심의관은 『회사측이 명예퇴직 희망자를 일괄 모집하는 절차를 밟은 사실이 인정되거나 공식 또는 비공식이든 퇴직을 요구한 것이 인정되면 대부분 「타의에 의한 실직」으로 판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명예퇴직 조항이 명시돼 있고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냈다면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李基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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