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따르면 박 처장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법원행정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대법관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의 주심 재판관이기도 하다.
박 처장은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해볼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밝혔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6.2.4/뉴스1
박 처장은 “사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되어 여러 모로 송구스럽다.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 지휘를 받아 전국 법원 인사, 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현직 대법관 중에 대법원장이 임명하며 재임 중 재판 업무를 맡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대법원의 입장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며 사법부 내 주요 요직이자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원 2인자’로 불리는 자리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노경필·박영재 신임 대법관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4.8.2 사진공동취재단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2.4/뉴스1
지난달 13일 천대엽 처장 후임으로 임명된 박 처장이 임명된 지 50일도 채 안 돼 사의를 표명한 건 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추진 때문이다. 법안 추진에 반대해 온 대법원은 그간 조 대법원장의 발언, 법원장 회의 등의 방법으로 항의해왔으나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박 처장이 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사법부 내에서 의견 표명이나 회의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항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앞서 25일 법왜곡죄의(형법개정안)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한 차례 수정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위헌 논란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법 적용 범위에서 민사, 행정소송을 제외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수정안 역시 처벌 규정이 모호하고 위헌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5일 박 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직후 민주당의 수정된 법왜곡죄법에 대해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요건이 추상적이라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고소·고발 남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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