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낙마, 與 입장 전달 전 李가 먼저 결심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5일 21시 02분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혜훈 후보자는 보수정당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5일 오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브리핑에서 지명 철회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보좌진 갑질·폭언, 영종도 땅 투기, 서울 서초구 원펜타스 아파트 부정청약, 장남의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부적격 주장이 제기되고 여론이 악화된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 일각에서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3번째 낙마를 두고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깜짝 통합 인사’ 28일만에 지명 철회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국민의힘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새로 출범하는 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탁했다. 당시 청와대는 ‘통합’과 ‘전문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인사를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커지자 이 대통령도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우리 국민이 문제의식을 가지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흡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23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이른바 ‘위장 미혼’ 의혹 등 부정청약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수석은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후보자의 소명이 국민적 눈높이에 및치지 못했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특정한 사안 한 가지에 의해 지명 철회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주말 동안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2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보고 지명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사퇴 요구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격 지명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의 입장이 전달되기 전에 대통령이 결심한 것”이라며 “후보자를 임명할 때 보수 진영에 있는 분을 모셔왔기 때문에 지명 철회도 인사권자로서 그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 후보자에게도 지명 철회 사실을 통보했다.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 의사가 없는 만큼 지명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지 28일만이다.

● 與 “통합 노력 평가” 野 “대통령이 사과해야”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가 됐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자 ‘시스템의 한계’를 거론했다. 후보자 본인이 공개하지 않은 정보는 검증 과정에서 일일이 걸러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엄정하게 (검증을) 하지만 제도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면서 “예를 들어 갑질 문항 등은 ‘없다’고 답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쪽에 있던 사람은 세평 듣기가 쉬운데 상대 쪽에 있던 사람이니까 세평 듣기도 제한적이었다”며 “괜찮은 줄 알고 했는데 도리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이 막 터져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도덕성의 눈높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높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검증 과정을 더 신중하고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통합 인사 기용이라는) 화합의 제스처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명백한 인사 참사”라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여러 의혹의 심각성과 국회 청문회에서의 소명 과정,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전달된 우려, 무엇보다 엄정한 국민 눈높이와 정서적 수용성을 고려한 고심의 결과”라고 했다. 이어 “진영논리를 과감히 넘어선 파격적 인사와 화합의 제스처는 후보자의 자질 문제와 별개로 높게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진즉에 지명을 철회했어야 마땅한 사람을 20일 넘게 끌어온 데 따른 시간 낭비와 국력 소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이 대통령은 국민께 정중하게 사과하고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혜훈#기획예산처#지명 철회#부정청약#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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