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준비 위해 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자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을 만나 장애인 예산 관련 입장문을 받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5일 17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 2020년 총선 낙선으로 4선에 실패하며 국회의원직을 퇴직할 때보다 재산이 약 113억 원이나 증가한 것. 지명 직후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고개를 숙였던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대학 입시 ‘엄마 찬스’ 의혹 등 추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탈탈 털리기 전에 사퇴하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 친척회사 비상장 주식만 99억
5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세 아들이 총 175억6952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는 이 후보자가 의원직을 퇴직하면서 마지막으로 신고했던 2020년 8월(62억9116만 원)보다 112억7836만 원 늘어난 것.
불어난 재산은 대부분 주식 등 증권이었다. 6년 전엔 증권으로 배우자 명의 회사채 3억 원만 신고했는데, 이번엔 가족 명의 증권만 121억7937만 원에 달했다. 특히 이 후보자 배우자의 작은아버지 김모 씨가 모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한국씰마스타’와 그 자회사 ‘케이에스엠’의 비상장 주식을 99억4879만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한 회사였다가 2011년 인적 분할됐다. 무직인 셋째 아들도 10억 원대의 케이에스엠 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케이에스엠 대표 김 씨는 2006∼2019년 55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이 후보자에게 내기도 했다. 이 후보자 측은 “실질적인 재산 변동은 없었으나 국회 퇴직으로 비상장 주식 백지신탁이 풀리고 비상장 주식 신고 기준이 액면가에서 평가액으로 변경된 데 따라 (재산이) 대폭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6년 전엔 무주택자였던 이 후보자는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원펜타스’(138㎡)를 배우자와 공동으로 보유 중이다. 이 후보자는 이 아파트 가액을 37억954만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신축이라 매매 사례가 없지만, 인근 아파트 시세를 고려하면 최소 80억 원대에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20년식 포르셰 ‘파나메라4’ 등 차량 3대도 신고했다.
● 野 “탈탈 털리기 전 자진 사퇴해야”
이 후보자가 아들 입시에 ‘엄마 찬스’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셋째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인 2015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상민 전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확인서와 연세대 입시 자기소개서 초안 등을 공개했다. 주 의원은 “입시 스펙에 맞춰 동료 의원실에 부탁해 인턴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 측은 “8일간 인턴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나 인턴 관련 청탁한 일이 전혀 없으며, 대학 입시에도 활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장남도 고등학생 때 국회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 아들은 2016∼2019년 한 대부업체의 회사채를 총 3억 원어치 사들이기도 했는데, 이 업체는 채권자에게 매년 15%의 이자를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00년 인천 영종도 땅을 매입한 뒤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6년 만에 매각해 약 25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신분으로 인근 지역 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 측은 “해당 토지는 후보자가 수행한 예타보고서상의 대상 범위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증언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손주하 서울 중구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24년 4월 총선 당시 본인을 포함한 구의원 3명을 배제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며 “1년 반 동안 철저하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결국 버림받았다. 임신 중에도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손 구의원은 또 “중구의회 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중구 여자와 술을 마시면 술맛이 떨어진다’는 등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구의원을 자신에게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최측근으로 뒀다”고 밝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탈탈 털리고 막판에 김현지 (대통령 제1부속실장) 전화를 받아서 그만두는 모양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차라리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국민들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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