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밀어붙이던 與, “위헌소지” 당내 반발에 숨고르기

  • 동아일보

[與 내란재판부 수정 논의]
의총서 “법사위원들에 따끔한 경고를”… 오늘 본회의 상정 계획 일단 보류
정청래 “이견 많아… 로펌서 자문”, 추미애 “물먹다 체할까 나뭇잎 띄워”
헌재법-필버 제한법 처리도 미뤄

민주당 비공개 의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전문가 자문이라든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더 내용을 논의하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맨 앞은 전현희 의원. 뉴스1
민주당 비공개 의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전문가 자문이라든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더 내용을 논의하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맨 앞은 전현희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8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특별법) 등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처리 일정을 논의했으나 “위헌 소지가 있다”, “법제사법위원들의 독단적 추진”이라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제동이 걸렸다. 당초 9일 열릴 본회의에 이 법안들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일단 법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졸속 입법에 대한 당내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내란·외환죄 재판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도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진행 시 본회의 정족수(60명)가 채워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회의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의 9일 본회의 처리 계획도 뒤로 미뤘다.

다만 당 지도부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이달 내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법안 내용을 수정하되 사법개혁 연내 완수 방침은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내란재판부법 우려 쏟아진 의총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20명 안팎의 의원들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주도해온 법사위원들은 법안 처리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급하게 물 한 사발 먹으려고 했는데, 체할 것까지 염려해서 나뭇잎을 띄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지연될 것에 대비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에도 내란 재판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준비한 만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처리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총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와 법사위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쏟아냈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언론은 물론 참여연대, 경실련, 대한변호사협회, 법원행정처, 법원장 회의, 진보 학자 등 모두가 입법이 위헌일 수 있다고 비판한다”며 “굳이 추진해 전선을 넓히고 고립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헌성 시비와 재판 지연의 빌미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권을 갖는 것과 이미 진행 중인 1심에 대해서도 재판부를 신설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 시비가 걸리면 재판이 길어지고 여론이 악화돼 당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법사위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법안 추진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이달 2일 의총에서 이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고,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음에도 법사위가 단독으로 처리에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여기에 대해선 법사위원들에게 따끔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인 초선 의원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민주당에 이득이 될 게 뭐가 있냐’는 등의 얘기들이 있었다”며 “내년에 지방선거를 안 치른다면 몰라도 중도층에서 국민적 저항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의총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그냥 처리하자는 의견은 3분의 1 정도였고 나머지 3분의 2는 법안을 수정하거나 법안 처리에 신중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전선을 2개 이상으로 넓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조국혁신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수정 없이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에 정청래 대표는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견이 많으니 논의해 보겠다”며 “위헌 여부를 로펌에 맡겨 자문을 받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줄줄이 보류 사법개혁안에 “연내 처리 변함 없어”

의총이 끝난 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법사위 소위에서 헌재법 개정안 의결 계획을 미뤘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시 재판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이 법안을 두고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물론이고 헌법재판소까지 일제히 위헌 소지가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헌재의 신중한 의견에 대해 내부적으로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9일 본회의에서 예정됐던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한법’ 처리도 보류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은 내일 본회의에 올리지 못할 것 같다”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만큼 비쟁점 법안 위주로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비쟁점 법안 70여 개를 상정해 우선처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은 추후 논의를 거쳐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정 대표는 “12월 임시 국회에서는 사법개혁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부터 열릴 임시국회에서 내란재판부 설치법 등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현정 원내 대변인도 “추가 공론화 등을 거쳐 차질 없이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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