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경찰관 ‘박스 쪽잠’ 논란에…경찰 “공간확보 한계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1일 14시 28분


10일 경찰직협이 공개한 APEC 당시 경찰들의 대기 공간 사진 갈무리. 영화관 바닥에 모포 등이 깔려 있다.
10일 경찰직협이 공개한 APEC 당시 경찰들의 대기 공간 사진 갈무리. 영화관 바닥에 모포 등이 깔려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투입된 경찰들에게 열악한 근무 환경이 제공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경찰청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11일 국무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총리는 지난달 15일 개최한 ‘APEC 치안·안전 관계장관회의’ 등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파견 경찰관들의 처우 문제와 관련해 지적했다”며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문제없이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실제 APEC 현장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어 불편을 겪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철한 사명감으로 임무를 완수한 현장 경찰관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뉴시스

김 총리는 “경찰청은 사실관계 등 경위를 정확히 보고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총리는 “현재 진행중인 검찰개혁과 병행해 경찰도 수사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국민의 민생과 안전을 보다 촘촘하게 보호할 수 있는 종합적인 경찰 개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지시했다.

앞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전날 APEC에 투입됐던 경찰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경찰들이 영화관 스크린 앞이나 복도 바닥에 박스를 깔고 주황색 모포를 덮은 채 휴식 중인 모습이 담겼다. 야외에서 무대 장치를 식탁 삼아 의자 없이 식사하는 모습도 있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문이 없고 통유리로 된 모텔 화장실을 사용했다거나,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식사했다는 등의 주장도 이어졌다.

10일 경찰직협이 공개한 APEC 당시 경찰들의 식사 환경 사진. 당초 해당 장소에 동원된 경찰들은 경주실내체육관을 식사장소로 사용키로 했으나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장소 용도를 변경함에 따라 일부는 버스 내에서, 일부는 야외에서 취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0일 경찰직협이 공개한 APEC 당시 경찰들의 식사 환경 사진. 당초 해당 장소에 동원된 경찰들은 경주실내체육관을 식사장소로 사용키로 했으나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장소 용도를 변경함에 따라 일부는 버스 내에서, 일부는 야외에서 취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모든 경찰관이 대기시간 이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보문단지 내 임차 가능한 실내 공간이 부족한 현실적 제약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논란이 된 쪽잠 사진에 대해 “(해당 공간은) 2시간 근무 후 4시간 대기하도록 조성된 대기 공간”이라고 했다. 버스를 임차해 대기 공간으로 활용했으나 버스가 불편하다고 느낀 일부가 영화관 무대와 복도 등에 지급된 담요·박스 등을 깔고 쉬었다는 설명이다.

숙소 논란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등 상당수 정상의 입국이 예정보다 빨라지면서 숙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급히 추가 확보한 숙소”라며 “대부분 숙소가 노후한 것은 아니며 현장 점검을 통해 지역 내에서 최대한 양질의 숙소를 확보했다”고 했다.

경찰청은 “고생한 현장 근무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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