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국내 유력 조선업체를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며 한미 간 조선 협력에 대해 논의한 가운데 펠란 장관 방한을 계기로 국내 조선업계가 미 해군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대규모 추가 수주하는 한편 미 군함 건조 수주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펠란 장관이 방한하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 정부 장관급 인사의 첫 방한이 된다.
2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펠란 장관은 이달 30일 한국을 찾아 경남 거제와 울산 등에 있는 국내 유력 조선소를 직접 방문하고,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도 두루 만난 뒤 이튿날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펠란 장관이 직접 한국 조선소를 찾는 건 미 해군 군함에 대한 MRO를 추가로 맡길 여건이 되는지, 최고 책임자 자격으로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며 “펠란 장관이 조선소를 찾는 것을 계기로 MRO 사업 추가 수주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시인 지난해 2월에도 당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방한해 국내 조선소를 둘러봤다. 이 방한을 기점으로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가 처음으로 미 해군 군함 2척에 대한 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미 해군의 MRO 사업 규모는 연간 20조 원에 달하고, 미 해군성 관계자가 올해 2월 방위사업청에 올해 국내 업체에 최소 6척 이상의 미 해군 군함 MRO를 맡길 수 있다는 뜻을 전해온 바 있는 만큼 펠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말 방한해 조선업체를 둘러보려던 계획이 국내 정치 상황 등을 이유로 무산되면서 한미 조선 협력이 다소 늦춰지는 모양새였지만 미 군함 MRO와 건조 등의 책임자인 펠란 장관이 전격 방한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펠란 장관과 조현동 주미대사는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의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내 해군성에서 만나 한미 조선 협력 강화 등을 논의했다고 주미대사관이 밝혔다. 주미대사관은 “양측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조선업 협력이 동맹의 소중한 자산임을 강조하고, 한미가 조선 동맹(Shipbuilding Alliance)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펠란 장관이 방한을 계기로 그간 비전투함 2척에 한해 MRO를 수주했던 것과 달리 보안이 매우 중요하고 더 높은 기술이 요구돼 수익성이 비전투함에 비해 월등한 전투함 MRO 수주까지 조선 협력이 확대되는 등 한미동맹이 ‘조선동맹’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4일 시작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대한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관세 인상 등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 내 조선소 부족 및 노후화 등으로 협력이 시급한 조선 분야에서 한국에 사실상 세계 최대 시장인 미 군함 MRO와 건조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당근을 내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상원이 올해 2월 해군 군함을 한국 등 동맹국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을 발의하는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업체가 미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것도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정부의 미 해군 군함 발주 규모는 향후 30년간 연평균 4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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