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요구 늘어” vs “反이재명 여론 뭉칠 것”…‘95표차’ 초격전지 울산 북구 민심은[마크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1일 11시 33분


현대차 등 제조업 노동자 많은 울산 북구
보수 우세 영남권이지만 진보 결집도 강해

“계엄, 탄핵 이후 진보 진영 결집 확연”
“‘이재명만은 안 된다’ 보수도 뭉칠 것”

2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울산 전시컨벤션센터 A홀에서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다. 2025.04.20. [울산=뉴시스]
“울산은 원래 반반인데 요즘엔 이재명 찍겠다카는 사람이 확실히 많다 아닙니까.”(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54세 김양희 씨)

“‘이재명만큼은 안 된다’카는 사람들이 많습니더. 보수 대표(후보)가 정해지면 표가 몰리지 않을까예.”(울산 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2세 김준호 씨)

울산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의 공단권과 보수 성향인 원도심권의 표심이 대립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제조업 회사가 위치해 공단권으로 분류되는 북구와 동구는 진보층 결집이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중에서도 울산 북구는 2022년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6만4692표, 윤석열 전 대통령이 6만4597표로 이 전 대표가 단 95표차 신승한 ‘초접전지’였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격차였다.

6·3 대선을 앞두고 찾은 울산 북구에선 “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며 확실히 판세가 넘어왔다”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그래도 영남에서 민주당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지지자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보수 지지자 많은 울산, 최근 정권 교체 요구 커”

20일 울산 북구 소재 대형마트에서 만난 문성진 씨(56)는 “울산에는 보수 지지자가 많지만 이번에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후에도 지지자들에게 계속 메시지를 내는 등 내란 종식이 안 되고 있는데 이재명 전 대표가 내란 종식의 적임자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북구 소재 아울렛 매장에서 일하는 종업원 박모 씨(47)도 “남편이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데 동료들 중에 정권 교체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윤석열 한번 믿어줬더니 망쳐놨다며 돌아선 사람도 많다”고 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세 후보가 모두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이날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민주당 지지자 김모 씨(44)는 “세 후보 모두 부울경 경제 발전 공약을 분명하게 밝힌 만큼 민주당이 집권하면 영남 지역에 활기가 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영남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민주당 우세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며 자신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선호 울산시당위원장은 “울산에서 지금 투표하면 이 전 대표가 상대 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50%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라며 “보수 성향이 강한 고령층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대해 ‘이거는 아니다’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들 중 일부만 넘어와도 과반을 얻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편 여론조사상 이 전 대표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지지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전에 비해 올랐지만, 확실한 상승세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 결과 4월 1주차 24%였던 이 전 대표 지지율은 2주차 31%로 크게 올랐지만 3주차엔 다시 27%로 하락했다.(4월 15일~17일, 무선전화면접,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정희맨치로 머리가 쓱쓱 돌아가는 후보 없나”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앞에 대선 경선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있다. 2025.04.20. [서울=뉴시스]
반면 “이재명은 안 된다”는 보수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컸다. 이들은 ‘보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엔 답이 갈렸지만, “이 전 대표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데엔 모두가 동의했다.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정훈 씨(45)는 “보수에선 이재명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여러 후보가 있지만 당에서 대표(본선 후보)가 나오면 그쪽으로 표가 몰리지 않을까 한다. 난 홍준표를 지지하지만 김문수가 된다면 그쪽에 표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 여러 후보가 난립하면서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울산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곽영삼 씨(76)는 “후보가 많아서 누구 찍을지를 못 정했다. 홍준표는 막말을 해서 안 좋아하고 김문수는 정치 생활을 오래 하긴 했지만 잘 모르겠다”며 “옛날 박정희맨치로(박정희처럼) 차랑차랑하고 통솔력도 좋고 머리도 쓱쓱 잘돌아가는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그런 후보가 안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부울경 지역에선 보수 후보 중 ‘확실한 1등’이 나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4월 1주차(11%)와 2주차(11%)까진 1위였지만 3주차엔 6%로 내려앉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9%)에게 선두를 뺏겼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3주 연속 8~9%대 지지율을 보이며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울경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늘어나는 데에 위기 의식을 느끼는 분위기다. 울산이 지역구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특히 울산은 자동차나 중공업 등 노동자의 도시라서 진보세가 만만치 않다”며 “비상계엄 여파 등으로 울산지역 노동계나 진보진영이 결집하면서 판세를 보면 국민의힘 5.5대 민주당 4.5 정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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