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남발로 경영권 침해’ 우려에
野 추진 법안 본회의 상정 보류
명태균특검법-방통위법은 통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해 온 상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처리 직전 보류됐다. 기업들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내 기업을 외국 먹잇감으로 내놓는 것”이라고 반발해 온 가운데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거부하면서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 개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 교섭단체 간 견해차가 크다”며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협의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범위에 주주를 포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가 충실해야 할 의무를 지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와 외국계 펀드의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몽니에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며 우 의장을 비판했다. 이어 “다음 달 6일이든 13일이든 (3월 내) 본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해 줄 것을 (의장에게)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기업과 소액주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핀셋 처방식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안”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명태균 특검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명태균 특검법에는 명 씨가 지난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통해 불법·허위 여론조사와 선거 개입을 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 범위로 명시됐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당론으로 부결 방침을 정했지만 김상욱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정략 특검”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전체회의 의사정족수를 기존 2인 이상에서 3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여당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사실상 방통위 마비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본회의에선 또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과 고준위방폐장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과 반도체 기업의 공장 증설 등 투자에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사진)이 27일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보류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재계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본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 안건에 대해 교섭단체 간 이견이 매우 크다. 국회의장으로서 최대한 교섭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재계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이 주주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개미’ 등 소액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 시장 정상화 등을 강조하며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여당 인사들이 먼저 언급했던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일 한국거래소에서 “이사회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도 지난해 5월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계의 거센 반발 속에 정부는 지난해 말 2400여 개 상장 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주 충실 의무 확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법 개정안에 이 내용이 담길 경우 적용 대상이 100만 개가 넘는 법인 전체로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땜질식 처방”이라며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해 왔다.
민주당은 이날 우 의장이 상법 개정안 상정을 보류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다음 달 5일 시작하는 3월 임시국회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별렀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본회의가) 매주 목요일 열려 온 만큼 6일이든 13일이든 본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최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사용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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