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보수’ 발언 후폭풍…비명계 “DJ-盧의 당 정체성 바꾸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9일 11시 00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17.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앞으로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19일 당 안팎에서 여파가 이어졌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당 정체성을 공론화 없이 바꿔선 안 된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 대표는 전날 야권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19일 “이 대표의 발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는 차원”이라며 “여당이 극우 정당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오른쪽 포지션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 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는데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유튜브에서도 “국민의힘을 보라. 헌정 질서 파괴에 동조하고 상식이 없다”며 “집권당이 돼서 정책을 내지를 않고 야당 발목 잡는 게 일로, 보수집단이 아니다”라고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터져나왔다. 민주당의 박지현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께 묻는다.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하고 규탄한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 역사가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며 “민주당 의원님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노선이 중도 진보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비명계 관계자도 “경제가 어려워 실용주의적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 정체성, 이념을 임의로 바꿔선 안 된다”며 “이를 위해선 당원들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 강경파에 속하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정치적인 이념 성향을 규정하자면 중도 보수적인 스탠스가 맞다”면서도 “중도 보수를 지향한다는 게 아니다.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양두구육, 양머리를 걸어 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파는 것 아니냐”면서 “단지 표를 받으려는 의도이고, 선거가 끝나면 원래 자리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재명#비명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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